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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비닐·플라스틱' 과대 포장재…"어차피 쓰레기, 마트에서 바로 버려요"

입력 : 2018-04-08 15:00:00 수정 : 2018-04-08 14: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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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면 비닐·플라스틱·스티로폼 수두룩 / 대형마트 쓰레기통에는 버려진 포장재가 가득 / 장 본 후 바로 버려지는 각종 포장재 / ‘어차피 쓰레기’ 버리고 가는 것이 편해 / '플라스틱 사용제한' 정책 적극 검토 / 플라스틱 사용량 2003년의 두 배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재활용 선별장. 재활용 업체 직원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과대 포장 짜증 나죠. 마트에서 버리고 와요. 쓰레기잖아요. 장을 보자마자 마트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박스에 담아요. 쓰레기를 굳이 집에 가져갈 필요는 없잖아요.”

서울 용산구에 사는 가정주부 김 모(43)씨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포장재가 한가득 쌓인다고 했다. 특히 김 씨는 주방용품을 구매할 때는 꼼꼼히 살펴본다고 했다. 겉보기에 좋게 포장된 제품을 보고 낭패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장을 본 김 씨는 마트 구석에 마련된 포장대에서 구매한 물품을 종이 상자에 담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구매한 주방용품 냄비. 냄비 상자 속에는 각종 보호용 포장재인 스티로폼이 제품을 감싸고 있었다. 김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냄비 싸여 있는 스티로폼과 종이 상자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5일 오후 서울역 한 대형마트. 쓰레기통에는 장을 본 후 바로 버려진 각종 포장재 가득했다.

김 씨는 “어차피 쓰레기”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스티로폼이 필요하겠지만, 제가 볼 때는 제품만 전시해도 문제없어 보인다. 집에서도 바로 버려지는 포장재라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마트에 버리고 갑니다. 여기서나 집에서나 어차피 쓰레기다”고 말했다.

소비 패턴의 간편함과 편리함 추구하는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2016년 이미 27.8%에 달했다. 4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인 셈. 소비 패턴에 맞춰 대형 마트나 편의점에서 소규모 단위의 포장이 유행하고 있다. 대형마트 가면 알 수 있듯이 식품 등이 스티로폼, 플라스틱에 소량이 포장 돼 판매되고 있다.

게다가 겉보기에 유혹하듯 과대 포장이 느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플라스틱 등이 포장재로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고자 환경부는 단속하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학생 이모(23) 씨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저녁 사서 먹고 집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집에서 음식을 해 먹기도 불편하고, 간단하게 먹고 가는 것이 쓰레기 줄이는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쓰레기 대란은 시작일 뿐’ 쓰레기 배출량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회용 포장재 사용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 형태 변화에 따른 일회용 용기 사용 증가와 유통 업계의 과대 포장 등으로 일회용 포장 사용은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역 한 대형마트. 쓰레기통에는 장을 본 후 바로 버려진 각종 포장재 가득했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2011년 하루 평균 4만8934t에서 2016년 5만3772t으로 늘었다고 4일 환경부가 밝혔다. 이 중 포장 폐기물은 전체 생활폐기물의 약 40%를 차지한다.

국내 비닐봉지 연간 사용량 역시 1인당 420개(2015년 기준)로, 서울에서만 연간 소비되는 일회용 비닐의 양이 216만장에 달한다. 그리스(250개) 스페인(120개) 독일(70개) 등보다 월등히 높고, 쓰레기 오염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뿐 아니라 우산 비닐 커버 사용률 또한 월등히 높다. 연간 소비량이 약 1억장으로, 유사한 제품을 쓰는 다른 주변 국가에 비교해 많게는 약 2배 가까이 됐다. 석유를 기반으로 한 폴리에틸렌 등 화학물질로 만든 비닐봉지는 약 100년간 썩지 않으며, 토양의 심각한 오염 원인이기도 하다.

◆ “생산량과 소비량을 줄이면서 규제를 강화해야”

과대 포장 문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배달 음식에는 플라스틱 반찬 통, 국물용 플라스틱 통 등 최소 4~5개를 사용한다. 그리고 일회용 비닐봉지에 담아 배달된다. 마트 식품 판매대도 포장재 부피가 커지고, 과거에는 간단한 비닐봉지에 그쳤던 반면 요즘은 단단한 플라스틱 재질로 부피를 차지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역 한 대형마트. 쓰레기통에는 장을 본 후 바로 버려진 각종 포장재 가득했다.

환경부가 비닐,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을 다시 분리해서 수거할 수 있도록 하면서 ‘쓰레기 대란’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과대 포장재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과 합성수지 폐기물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는 것. 국내 하루 평균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03년 하루 3천956.4t에서 2016년 하루 5천445.6t으로 40% 가까이 늘었다.

과대 포장재 등에 플라스틱 같은 일회용품을 활용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불씨는 여전하다. 동네 마트나 편의점을 넘어 제과점 등으로 비닐봉지 유상 판매를 확대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플라스틱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지금의 20배로 증가할 것"이라며 "비닐 사용량이 많은 현실에서 대형마트에서 중소 유통업체로 비닐봉지 사용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2016년 9월에서 2017년 7월 사이에 실시한 제5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 결과를 보면, 종량제 봉투 폐기물의 53.7%가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었다. 생활 속 폐기물의 절반 이상이 재활용품인 것. 재활용품 수거 관련 단기 대책도 엉성한 점이 많다. 수거와 재활용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환경오염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재활용 선별장. 각종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있다.

전문가들 과대 포장재의 생산량과 소비량을 줄이면서 장기적인 강조했다. 신수연 녹색 연합팀장은 “불필요한 과대 포장 오늘내일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의 인식 개선과 제품의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며 “단기적인 정책보다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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