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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한복의 美에 취하자 얼굴에 美소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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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7 10:07:40 수정 : 2018-04-07 10: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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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찍어도 예뻐 보이는 우리 옷 / 젊은층 SNS에 사진 공유하며 확산 / 특징 살리며 디자인 변화… 활동 편해 / 대여점도 늘어… ‘한복 일상화’ 기여 / 국내 유일 한복학과 2년 전 사라져 / “젊은 인재 양성 제도적인 지원 필요”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 옷 한복의 미래를 세계에 보여준 무대였다. 눈꽃요정에서 시상도우미까지 한복을 재해석한 패션은 외국인들은 물론 전통한복에 익숙한 한국인들의 눈길도 사로잡았다. 한복의 변화는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어르신 옷’으로 여겨 온 한복을 젊은이들이 나서 전파하고 있다. 이제 한복은 명절이나 결혼식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옷, 경복궁에서뿐만 아니라 해외 여행지에서도 입을 수 있는 옷이 됐다.

◆젊어진 한복, 일상에 스미다

쇠락의 길을 걷던 한복의 운명을 바꾼 것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였다.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것이 놀이인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찍어도 독특하고 예쁜 사진을 건질 수 있는 ‘한복’은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한복, 여행하다’의 저자 권미루씨는 2014년 한복을 입고 해외여행을 시작했다. 당시 그의 사진은 ‘혁신’이었다. 이국적인 풍경과 한복의 조합은 묘한 매력으로 젊은이들의 사진 욕구에 불을 지폈다. 휴가 때면 한복을 챙겨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SNS에서는 멋진 한복여행 사진이 수없이 검색된다.
‘한복 입고 놀자’를 모토로 하는 동호회 ‘한복놀이단’ 단원들이 작은 카페에서 정기모임을 하고 있다.

그 무렵 생겨난 한복 동호회들은 한복의 일상화에 크게 기여했다. 2011년 만들어진 ‘한복놀이단’은 이름 그대로 ‘한복 입고 놀자’는 것이 모토다. 공원에 소풍 가는 건 기본, 클럽에 모여 맥주를 마시고 대규모 플래시몹도 연다. ‘한복을 입으면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편견을 깬다. 김지해(23) 한복놀이단장은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단원들과 어울리면서 평소에도 한복을 입는 용기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2012년 활동을 시작한 ‘한복 세상을 꿈꾸다’(한꿈)는 해마다 추석이면 ‘강강술래’ 행사를 연다. 혼자 한복 입기를 주저했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입고 자연스럽게 어울리자는 것이다.
‘한복 세상을 꿈꾸다’ 회원들이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한꿈’은 평소 입기 힘든 한복을 함께 입고 즐기자는 취지로 매년 강강술래 행사를 연다. 한꿈 제공

박선영 한복진흥센터 한복문화팀장은 “한복동호회가 자발적으로 한복을 홍보하면서 미디어에 한복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변화가 젊은 층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한복대여점은 젊은 층의 한복 진입장벽을 낮췄다. 2013∼2014년 무렵 전주 한옥마을에서 유행한 한복대여는 서울 4대궁 인근으로 확산했다. 시간당 대여비는 1만∼2만원. 외국인들은 물론 학생, 가족들이 단체로 한복을 입고 추억을 쌓는 모습은 이 일대에서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세련된 디자인도 한복을 입고 싶도록 만든 요인이다. 장년 세대를 타깃으로 삼던 생활한복 브랜드 돌실나이는 최근 젊은 취향을 겨냥한 세컨브랜드 ‘꼬마크’를 만들었다. 차이 김영진도 기성복 라인 ‘차이킴’을 론칭했다.

한복집에 가서 맞춰 입던 한복은 이제 인터넷·모바일 쇼핑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 ‘한꿈’ 회원 지소명(31)씨는 “몇몇 인터넷 쇼핑몰은 생활한복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었다”며 “가격대가 한 벌에 3만원대부터 다양해 부담 없이 도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짧아진 치마, 물빨래 가능… “편해서 입는다”

여성 전통한복은 치마가 길어 바닥에 끌리고 저고리는 짧아 조금만 팔을 들어도 겨드랑이가 보일 수 있다. 입는 법도 복잡하다. 물빨래가 되지 않아 관리도 어렵다.
젊은 감성의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의 카디건을 커플룩으로 입은 남녀. 리슬 제공

이에 한복을 즐기는 젊은이들은 전통한복보다는 입기 좋게 개량한 생활한복을 입는다. 저고리를 늘려 가슴을 덮고 치마는 짧게 만들어 활동성을 높이면서, 쉽게 세탁할 수 있는 섬유로 제작하면 전통한복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한꿈’의 홍경아(49) 대표는 “회원들이 머리를 맞대 연구한 끝에 활동하기 편한 속치마를 만들기도 했다”며 “입다 보니 세상에 한복만큼 편한 옷이 없다”고 말했다.

한복 디자이너들도 한복 대중화를 위해 ‘편안함’에 중점을 둔다. ‘리슬’의 황이슬(31) 대표는 끈이나 매듭 대신 지퍼를 달아 외국인도 쉽게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차이킴’ 김영진(48) 디자이너는 조선 무사들이 입던 긴 겉옷인 철릭을 본떠 철릭원피스를 만들었다. 한복의 특징을 유지하고 있지만 입고 활동하는 데 일반 옷과 다름없이 편하다.

남성 한복도 조금만 변형하면 얼마든지 편하고 멋스럽게 입을 수 있다. 평소 한복을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진 모델 겸 배우 배정남은 직접 만든 한복을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해 주목받기도 했다.
배정남

한복의 변신을 ‘전통의 왜곡’으로 받아들이는 한복인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복에 대한 관심 자체를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마땅한 한복 교육기관이 없는 것에는 한목소리로 우려한다. 국내 유일의 한복학과였던 배화여대 전통의상과는 2년 전 사라졌고, 의상학과 내 한복 수업이 포함된 대학들도 한복전공 교수가 퇴임하면 새로 채용하지 않는 추세다.

이상은 건국대 명예교수(세계전통복식문화연구원장)는 “한복에 대한 젊은이들의 소중한 관심을 교육을 통해 이어가야 하는데,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대학에서조차 한복학과가 사라지고 있다”며 “한복이 일상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한복에 대해 공부하고 창의적으로 해석할 젊은 인재를 양성하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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