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책 ‘카이스트 K스쿨 스타트업 재무 특강’을 펴낸 안성태 카이스트 케이(K)스쿨 교수는 일반 기업 재무와 스타트업 재무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기자는 지난 4일 대전 카이스트 대덕캠퍼스 내 연구실에서 만났다.
안 교수는 “일반 MBA 과정에서 배우는 건 일단 회사가 현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이 안정적이라는 가정 아래서 진행되는 재무이지만, 스타트업은 현금이 0인 상태에서 시작해서 초기 투자로 적자가 시작되기에 그 초기 적자 상태에서 살아남아서 흑자로 전환하기까지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성태 카이스트 케이스쿨 교수가 지난 4일 대전 카이스트 대덕캠퍼스 내 케이스쿨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안 교수는 2000년 실리콘밸리에서 반도체 회사인 리디스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당시 세계 1, 2위 휴대전화 제조사였던 노키아, 삼성전자에 반도체를 공급했고 창업 4년 차에는 나스닥에까지 상장됐다. 안 교수는 “당시 제가 창업할 때만 해도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터라 재무나 회계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에 회사 경영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고 말했다.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난 그는 해외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이수했다. 그 시절에 대해 안 교수는 바둑 경기가 끝난 뒤 복기를 하듯 본인 창업 경험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교수로서 할 수 있는 건, 수학이나 과학을 가르치듯 학생에게 창업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창업자가 대개 겪는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가이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기술창업의 경우 창업자가 대개 우를 범하는 게 ‘내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착각에 빠지는 거”라며 “실제 사업이 성공하는 데 기술의 비중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고 그밖에 고려해야 할 게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재무에 대한 이해는 스타트업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대개 단지 기술이나 아이디어에만 도취된 스타트업 창업자가 찬물로 샤워를 한 듯 환상에서 깨는 순간이 투자자를 앞에 두고 사업 설명을 할 때라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투자자는 단순히 사업 아이디어만 보는 게 아니라 창업자를 본다”면서 “번 레이트(burn rate·신생 기업의 경비 지출 속도)를 계산하고 남은 현금을 확인해 이 회사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따지는데, 그 앞에서 창업자는 정확한 수치에 근거해 자신의 재무에 대한 이해가 믿을 만하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은 결국 자신이 세운 회사니까요. 케이스쿨, 그리고 저의 역할은 젊은 창업자들이 자신의 회사를 갖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을 챙겨주는 거죠.”
대전=글·사진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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