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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를 바라보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 당당하게 맞서련다

입력 : 2018-04-07 03:00:00 수정 : 2018-04-06 19: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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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연 지음/푸른숲/1만5000원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류승연 지음/푸른숲/1만5000원


10살 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전직 기자인 저자는 장애 아이를 낳고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장애 아이를 키운다는 건 이전까지 자신이 알던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이었다.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고 다른 속도로 자라는 아이를 키우며 숱한 좌절을 겪었다. 태교 삼아 공부했던 육아 지식은 아이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장애 아이 육아는 상상 이상으로 고된 숙명이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아이를 향한 세상의 차가운 시선이었다. 그 시선이 싫어서 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아갸갸갸’ 하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아이의 입을 막기 바빴다.

저자는 재작년 9월 아이가 탈장 수술을 받았을 때 나쁜 마음을 먹었다. “‘차라리 깨어나지 마라’ ‘살아서 뭐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통제가 안 되는 아이가 반 친구를 손으로 할퀴었고, 이를 계기로 같은 반 학부모들이 아이를 퇴학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직후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수술에서 깨어난 아이를 보고 저자는 마음을 고쳐 먹었다. 고개 숙이며 미안해하기보다 당당하게 맞서 세상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무엇보다 멀지 않은 미래에 아이가 ‘동네 바보 형’이라 불리며 평생 이방인으로 살게 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발달장애인이 친구이자 동료, 이웃집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장애인은 낯선 존재가 아니라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라는 것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책은 저자가 2016년 11월부터 2년간 온라인 매체 ‘더퍼스트미디어’에 연재한 ‘동네 바보 형’을 새로 정리한 것이다.

발달장애인에게 차가운 시선은 칼이 되지만, 담담한 시선은 숨통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발달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려면 치료실, 학교가 아닌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어우러져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많은 경우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발달장애 아이들이 세상을 경험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기 힘든 부모는 자꾸 아이를 숨기게 되고, 밖에서 떼쓰는 아이를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훈육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시선을 거두는 것만으로도 발달장애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장애 아이 부모가 쓴 감동 수기도, 한계를 극복한 장애인의 인간 승리 드라마도 아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온 한 엄마의 얘기를 통해 장애인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거두고 함께 사는 법을 모색하고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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