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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얄타회담, 판문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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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5 23:37:34 수정 : 2018-04-05 23: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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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3주 앞으로 다가와 / 문 대통령, 결기와 집중력 보여야 / 합의문에 비핵화 원칙·방안 담아 / 한반도 평화 새 시대 열어나가길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5년 2월 소련 크림반도 휴양지 얄타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모였다. 독일 분할점령 등 전후 처리 원칙을 정한 얄타회담이다. 루스벨트는 처칠을 제쳐 두고 스탈린을 직접 상대하면서 많은 것을 양보했다. 소련은 동유럽과 동아시아 등에 공산진영을 구축할 기반을 마련했다. 학자들은 얄타회담을 ‘소련 외교의 금자탑’이라 부른다.

앤서니 이든 영국 외상은 회담 전에 “스탈린만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며 “대단히 터프한 협상가”라고 경계했다. 회담 후엔 “만약 회담장에 들어갈 팀을 고르라고 한다면 스탈린을 첫 번째로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이든은 외교의 성과는 열심히 토론하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고 했다. 처칠처럼 실속 없이 말하기만 좋아하거나 루스벨트처럼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며, 스탈린처럼 원하는 것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있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얄타회담은 미국 중심의 서방과 소련 중심의 공산권이 맞서는 냉전체제의 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사나 국제정치학 책들은 냉전 관련 대목에 얄타회담 사진을 게재한다. 그후 정상회담은 국가 간 현안을 논의하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3주 후인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판문점의 공식 명칭은 ‘공동경비구역(JSA)’이다. 이곳에서 6·25전쟁 당시 지루한 협상 끝에 정전협정이 체결됐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무장이 잘 된 비무장지대(DMZ)에 있고, 정전협정 체결 후 60여년이 지났는데도 적대 상태가 잘 보존된 희귀한 곳으로 꼽힌다. ‘냉전의 박물관’ 한반도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5월 중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 장소의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운명을 결정지을 분수령이다.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의 전초전이다. 남북정상회담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데 이어 세 번째지만 상황이 판이하다. 북한은 이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전 세계에 핵 위협을 가할 실질적 능력을 갖추게 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북·미 정상회담 성사가 불투명해지고 대북 군사옵션이 다시 전면에 부상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의제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우려를 낳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3월29일 남북고위급회담 후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남북관계 진전”이라며 “북측도 크게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 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 조만간 남북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이 설치되면 통화에서 확정하거나, 어쩌면 의제를 정하지 못한 채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 해법 모색에 초점을 맞춰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결단을 내리도록 전략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이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하되 핵폐기와 검증 등 비핵화 과정의 시한은 최대한 짧게 설정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풀지 않은 채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하거나, 제네바 합의나 9·19 공동선언을 복원하는 수준의 시간을 끄는 해법을 내놓아선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기와 집중력을 보여야 한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내에 북한 비핵화를 완료하고 한반도 평화를 굳힐 절호의 기회다.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북한 비핵화의 원칙과 방향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알맹이 없는 합의로 기회를 날려선 안 된다. 정상회담은 역사를 결정짓곤 한다. 냉전체제에서는 양 진영이 적대시하면서도 핵 위협 때문에 전쟁으로 비화되진 않았다. 비핵화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냉전의 유물을 완전히 폐기하고 역사의 새 장을 열기 바란다. 그리고 훗날 국제정치학 책에 ‘판문점회담’으로 집중 조명되기를 소망한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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