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현장에선] 가계 지갑 열어야 경제가 산다

관련이슈 현장에선

입력 : 2018-04-05 21:15:57 수정 : 2018-04-05 23:33:3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경제부 기자로 일하면 수많은 경제지표와 통계 수치들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서민들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들이 자주 눈에 띄어 우려스럽다.

지난해 가계가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소득인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1인당 약 1875만2000원(1만6573달러)이다. 전년보다 4.1% 늘어난 것이지만 치솟는 밥상물가, 외식물가를 생각하면 많이 올랐다고 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계의 여윳돈은 50조9000억원으로, 2009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적다. 국민총소득(GNI)에서 해외송금액을 뺀 국민총처분가능소득(GNDI) 가운데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56.3%에서 지난해 56%로 줄었다. GNDI는 지난해 5% 증가했다. 국가경제가 성장해도 가계 몫이 점점 줄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가계는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최종소비지출은 48.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출 내역을 분석해 보면 의식주 등 필수 생활비는 어쩔 수 없으니 의류, 담배나 술, 여행 등 여가생활부터 줄였다.

문제는 이 같은 우울한 상황이 가계만의 일이란 점이다.

지난해 상장사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순이익 합계는 119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8.2%나 급증했다. 그동안은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수익을 낸 것이었다면 지난해는 양적, 질적으로 개선된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이익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2016년 121조원에서 지난해 139조원으로 14.9% 증가했다.

정부 곳간도 넉넉해졌다. 세금이 많이 걷혔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전년보다 22조8000억원 늘어난 265조4000억원이다. GNDI 가운데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1.3%에서 지난해 23.8%로 높아졌다.

국가가, 기업이 번 돈이 가계로 흘러들고, 다시 가계가 소비를 해 기업과 국가가 부유해지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지금 경제 모습은 이 흐름에 어디가 막혀 있음을 보여준다.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수출 전선이 위태로운 지금, 내수가 부진하면 경제성장을 위한 두 바퀴가 모두 멈추는 격이 된다.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외국인 투자금 유출에 선제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살아나지 않는 내수 탓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진경 경제부 차장
해결은 결코 쉽지 않다. 무조건 분배만 주장할 수도 없다. 규제를 풀어 산업을 육성하고, 기업이 채용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 중 하나인 낮은 노동유연성 문제를 풀어야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 주거비용 등이 지나쳐 가계가 소득의 상당부분을 써야 하는 상황도 개선해야 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도 강화해야 한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국민은 소득도 늘지 않고, 소비도 하지 못하는데 소득 3만달러 시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진경 경제부 차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