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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통일담론과 환각지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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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4 21:27:22 수정 : 2018-04-04 21: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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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는 이념 자체가 허구
북한의 ‘우리민족’ 구호도 위장
미군 철수·연방제·적화가 속셈
민족담론 환각서 속히 깨어나야
환각지는 수술이나 사고로 갑자기 절단돼 없어진 손발이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증상을 말한다. 환각지 환자는 절단된 손발에서 가려움증이나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오스트리아 신경학자 이름에서 명명된 ‘안톤의 실명’ 환자는 시력을 잃었음에도 자신은 멀쩡하다고 우긴다. 환각 증세로 인한 질병인식불능증이다.

환각지 현상은 사라진 신체 부위뿐 아니라 신경·정신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자신의 경험과 제한된 지식 세계에 갇혀 있는 중증 환각지 환자는 주변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외면한다. 1970년대 괌과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일본군 3명은 30년 전에 태평양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종전을 인정하지 않았다. 끝까지 항전하라는 상관의 명령에 따라 항복하지 않고 홀로 전쟁을 벌인 것이다.

조정진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위원
민족의 운명이 바뀔 가능성이 높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절체절명의 시기임에도 특정 세력은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환각지 증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혁명 후에 불거진 사회 모순 해결 과정에서 등장한 공산주의의 미몽에 아직도 빠져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종주국 소련과 동유럽 위성국가들이 70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붕괴됐고, 중국마저 체제 전환에 나선 마당에 공산·사회주의 환상에 젖어 있다. 이념 환각지 증세다.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북한은 그런 공산·사회주의 국가에도 끼지 못한다. 전제 왕조보다 더한 독재·병영국가이다. 국호에 들어 있는 민주주의는 위장수단에 불과하다. 1970~80년대 민주화 세력이 그토록 타도하자고 주장했던 부정적 요소를 두루 갖춘 불량국가의 전형이다. 최소한의 자유와 인권도 없고, 빵도 부족한 북녘 주민은 하루빨리 구원받아야 할 존재다.

6·25 남침, KAL기 폭파, 천안함 폭침을 부인하고 있는 북한은 연이은 무력 도발, 테러,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로 우리와 주변 우방국들을 위협해온 명백한 적국이다.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한 채 우리나라 안보의 중심축인 한·미 상호군사협정을 와해시켜 한반도 전역을 공산화하겠다는 국토 완정을 벼르고 있다. 과거 현재 미래에도 불변하는 북한의 대남통일노선이다.

남북이 대화하는 지금 이 시간에도 지하 군수공장에선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고 있을 게 빤하다. 남한과 서방 카메라 앞에선 환하게 웃다가도 북녘에 돌아가서는 증오에 찬 궤변을 토해내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 바로 그들이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도발을 일삼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래 묵은 한반도 현안에 대한 해법이 난무하고 있다. 묵은 현안은 그만큼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 세계가 주시하는 핵심 현안인 비핵화 문제는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는데 벌써 남북 평화협정, 남·북·미 평화공동선언 추진 소식이 들려온다. 한반도 평화의 보루인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뭔가 크게 잘못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미리 설정해 놓은 듯한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정부도 공식적으로 여러 번 천명했듯이 북한이 순순히 핵을 포기할 확률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핵 포기를 전제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장밋빛 청사진이 내걸리고 있다. 한반도 현안은 올림픽 단일팀이 운영되고, 예술단 남북 교차공연으로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 냉전 속 체제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했듯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북한에 인권 신장과 민주화가 이뤄지면 자연 달성될 일이다.

정책 담당자들은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환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북한이 내세우는 ‘우리민족끼리’는 대남 적화를 위한 위장된 통일담론일 뿐이다. 공산주의자들에겐 원래 민족 개념이 없다. 계급론으로 세계를 해석한다. 북한이 민족을 거론하는 것은 순전히 한·미 갈등을 유발해 한국을 포섭한 뒤 미군 철수를 이끌어내려는 술수다. 이를 모른다면 민족의 환상에 빠진 환각지 환자일 뿐이다.

조정진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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