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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美 통상압박과 남북평화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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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3 21:06:17 수정 : 2018-04-04 14: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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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북한 문제 성과내기 매몰 / 트럼프, 약점 잡고 경제실익 챙겨 / 안보·외교·경제 이익 총량 저울질 / 전략적인 대응 통해 살 길 찾아야 “난사하는 기관총 앞에서 온몸에 총알이 박히고 있는 거죠. 아직 머리는 안 맞은 거 같네요.”

외교가의 인사가 최근 철강관세 폭탄을 필두로 시작된 대미 통상협상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돌아온 살벌한 답변이다.

그가 말한 것처럼 미국은 자고 나면 한국에 통상 폭탄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은 철강관세와 연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25% 철강관세를 물리는 대신 한국의 대미 수출물량을 예년에 비해 30%가량 삭감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한국에 대한 자동차 수출물량을 확대하면서도 한국 자동차회사의 픽업트럭 진출을 막는 실리를 챙겼다. 양국이 지난달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자마자 곧바로 미 무역대표부(USTR)와 백악관이 차례로 나서 한국 측과 환율의 경쟁적 평가절하와 조작을 금지하는 조항에 대한 합의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다음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북핵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FTA 개정 서명을 미룰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어 USTR는 ‘2018 무역장벽보고서’에서 “블루베리·사과·배 등 미국산 과일에 대해 한국 시장이 충분히 개방되지 않았다”며 농산물 개방을 압박했다. 이런 추세라면 트럼프 정부는 아예 우리의 경제정책 수단을 무장해제할 기세다. FTA 개정협상 이후 “농업 ‘레드라인’을 지켰다” “미국에 ‘빛 좋은 개살구’만 주고 왔다”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발언은 작금의 대미 협상 실상을 왜곡하는 식언이라 할 만하다.

트럼프 정부는 왜 한국에 ‘기관총’을 난사하고 있는 걸까.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로서는 자신의 공약인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게 화급한 일이다. 때맞춰 문재인정부가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대북정책은 협상의 귀재 트럼프에게 호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로서는 일단 북한 문제에 칼을 빼든 이상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내야 하는 게 지상과제다. 그런데 ‘슈퍼파워’ 미국의 도움 없이는 남북관계와 비핵화 문제가 진전되기 힘든 게 현실이다. 트럼프 정부가 문재인정부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경제실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한·미 FTA 개정 서명과 대북 문제를 연계시킬 수 있다는 트럼프의 노골적 발언은 그 속내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밑도 끝도 없이 쏟아지는 미국의 통상압박은 과도한 공세적인 대북정책 탓에 치러야 할 대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우리 정부의 대응은 어떤가. 정부는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FTA와 환율 문제는 별개이며 기획재정부와 미 재무부가 (환율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농산물 개방과 관련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수년째 협의하고 있는 사안으로 FTA 개정협상과 무관하다”고 항변한다. 북핵 문제와 FTA 연계 발언에 관해서는 묵묵부답인 채 진위 파악에 급급하다.

이 풍경은 그리 낯설지 않다. 박근혜정부가 지난 2016년 7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발표하자 중국은 전방위 경제보복에 나섰다. 그 이후 정부는 줄곧 경제와 안보·외교 문제가 별개라고 항의했지만 중국은 요지부동이었다. 중국은 아직도 경제보복을 멈추지 않고 우리 경제는 피멍이 들고 있다. 

주춘렬 산업부장
외교가에서 경제와 안보·외교가 거의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일방통행식 외교는 경제의 화근으로 작용할 수 있고 경제정책의 실패가 외교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외교 무능과 경제정책 실패가 몰고 올 고통은 온전히 국민이 감내해야 한다. 그 고통은 깊고도 오래간다.

더구나 우리 수출의 1, 2위 대상국이 중국과 미국, G2가 아닌가. G2 외교의 실패는 치명적 경제재앙을 야기할 수 있다. 어쩌면 한국경제가 이미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문재인정부는 안보·외교 이익과 경제 실익에 따른 국익의 총량을 따져 전략적 대응에 나설 것을 강력 권고한다. 대외협상의 동력은 대내협상임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기업과 전문가, 경제단체 및 이익단체 등과 소통하며 집단지성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국익의 총량을 저울질할 수 있고 살길을 찾을 수 있다.

주춘렬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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