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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따라준 선수들 덕에 행복 … 함께 성장할 것”

입력 : 2018-04-01 20:58:21 수정 : 2018-04-01 20: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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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도전서 ‘절반의 성공’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이도희 현대건설 배구단 감독이 최근 막을 내린 여자 프로배구 V리그 2017∼2018 시즌 도중 홈구장인 수원체육관에서 배구공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이 감독은 데뷔 첫해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올려놔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수원=하상윤 기자
“아유… 서로 바빠서 박미희 감독하곤 아직 못 만났어요. 고생 많이 하셨다고 안아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죠.”

1일 수원체육관에서 만난 이도희(50)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 감독의 표정은 홀가분했다. 지난달 27일 여자부 V리그 2017~2018 시즌이 한국도로공사의 창단 첫 우승으로 마무리된 지 5일 만이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프로배구 사상 세 번째 여성 사령탑에 오른 이 감독의 지휘 아래 리그 3위에 올랐다. 비록 플레이오프(PO)에서 IBK기업은행에 패해 챔프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시즌 4위로 ‘봄 배구’에 초대받지 못한 것에 비하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사실 여자 프로배구 지도자계 ‘여풍(女風)’을 계승한 이는 이 감독이다. 2016~2017 시즌에는 박미희(54) 흥국생명 감독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를 제패했고, 바통을 이어받은 이 감독이 선전하면서다. 다만, 올 시즌 흥국생명은 ‘용병 농사’가 기대만 못한데다 센터진이 붕괴되면서 최하위에 그쳤다. 이 감독은 “박 감독이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술은 못하기 때문에 나중에 꼭 식사하면서 해후를 나누고 싶다. 우리 둘 다 여성 감독이 더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뿐이다”고 밝혔다.

올 시즌 내내 두 감독의 ‘맞대결’이 화제가 될 정도로 한국 프로스포츠는 여성 지도자의 저변이 좁다. 이런 상황에서 이 감독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이 감독은 실업배구 최고의 세터로 군림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1985년 GS칼텍스의 전신인 호남정유에 입단한 이 감독은 170㎝의 단신이다. 그러나 넓은 시야와 순발력, 정확한 볼 배급 능력은 아직까지도 따라갈 선수가 없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선 팀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이끌며 금메달을 일궈내기도 했다.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한 만큼 이 감독의 애제자 역시 세터 이다영(22)이다. 지난 시즌까지 백업 멤버에 머물렀던 이다영은 이 감독의 집중지도를 받고 주전 선수로 발돋움했다. 180㎝의 큰 키를 활용해 공격에도 적극 가담했고, 세트당 평균 11.49개의 세트(토스가 득점으로 연결)를 기록해 이 부문 1위에도 올랐다. 그간 ‘쌍둥이 언니’ 레프트 이재영(흥국생명)의 그늘에 가렸던 이다영은 이 감독을 만나 비로소 날개를 활짝 폈다.

그러나 ‘감독의 눈’으로 보기엔 아직 초보 단계라고 한다. 이 감독은 “내가 세터 출신이다 보니 이다영의 플레이를 더욱 세밀하게 보는데, 물론 혹독한 훈련량을 잘 소화하지만 이제야 어떤 볼을 줘야 하는지 깨친 1단계 수준”이라며 “다음 시즌에는 경기 운용법과 상대 팀에 따라 타이밍을 잡는 방식 등을 알려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 역시 초보 감독인데 이다영과 함께 성장해가는 기분으로 지도하고 있어요. 하하.”

시즌 초반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현대건설은 막판 뒷심이 부족했다. 가장 큰 원인은 용병 엘리자베스 캠벨(미국)의 부진이다. 엘리자베스는 2라운드부터 상대에 패턴이 읽혔고, 훈련 중 부상까지 당하며 교체됐다. 이 감독은 “내가 오만했다. 엘리자베스는 한국에 오기 전 에이스 역할을 해본 적이 없는 선수다. 하지만 믿고 기용하면 좋은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믿었던 게 패인”이라며 “믿고 따라준 선수들 덕분에 정말 행복한 한 해였다. 내년 시즌엔 좀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물론, 용병은 반드시 검증된 선수를 고르겠다”며 활짝 웃었다.

수원=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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