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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칼럼] 고용절벽 어떻게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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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1 21:00:18 수정 : 2018-04-01 23: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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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늪에 실업난 최악 치달아 / 재정 지원도 ‘밑빠진 독 물붓기’ / 산업구조개혁 근본적 해법 필요 / 신산업 발굴·기술혁신 서둘러야 고용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과 올 연초만 해도 일자리 증가가 전년 동기 대비 20만∼30만개를 유지했으나 2월 이후 10만개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위기로 인해 고용이 극도로 부진했던 2010년 이후 최악이다. 청년들의 신규 취업과 근로정년의 연장을 감안하면 연간 40만개 이상의 일자리 증가가 필요하다. 현재 경제상태로는 요원하다. 이미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전체기업의 15%에 육박한다. 기업이 생존을 위해 고용창출보다는 인력감축을 하고 있다. 정부의 노동정책도 본래 의도와 달리 고용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축소,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펴자 영세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며 근로자를 줄이고 있다. 경제가 사실상 고용절벽 상태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위기에 처한 청년실업의 해소를 위해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34세 이하의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재정지원을 해 대기업 수준의 실질소득을 보장한다. 재정지원은 목돈마련, 주거비 지원, 교통비 제공, 세금 감면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정부의 대책은 39만명에 이르는 에코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를 방치하면 실업재앙이 올 수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더욱이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청년의 구직난을 동시에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정부대책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재정지원을 해도 청년들이 미래가 불안한 중소기업에 얼마나 갈지 의문이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재정지원은 3∼4년의 시한부다. 재정지원이 끝나면 청년들은 다시 갈 곳을 잃는다. 무엇보다도 기존 취업청년들이 신규 취업청년들에 비해 역차별을 받아 산업현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 재원 조달로 필요한 4조원의 추경편성도 타당성에 대해 논란이 많다. 경제가 기본적으로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 일자리가 부족한 상태다. 자칫하면 정부의 재정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날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중국경제를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첨단산업에 대한 중국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다. 중국도 곧바로 대응공격에 나섰다. 미국산 철강, 농산물 등에 30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예고했다. 한국경제는 1, 2위 교역국인 두 강대국에 수출이 동시에 감소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세탁기, 태양광 패널 등 주요 수출품목에 대해 개별적으로 수입제한조치를 취하고 있어 한국경제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또한 한·미 간에 기준금리가 역전됐다. 미국 기준금리의 상한이 한국 기준금리에 비해 0.25%포인트 높다. 우리 금융시장에서 외국자본이 언제 유출될지 모른다. 더욱이 한국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가계부채의 연쇄부도 우려가 크다. 실로 한국경제가 대내외 악재가 겹쳐 숨이 막히고 있다. 자칫하면 경제가 수출과 내수를 한꺼번에 잃어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 그러면 경제는 아예 일자리 창출능력을 잃는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한국경제는 어떻게 성장동력을 되찾고 고용절벽을 넘을 것인가. 산업구조를 개혁해 경제의 고용창출능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져 고용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부실산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모든 정책과 재원을 동원해 신산업 발굴과 기술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수출영토를 넓히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기업구조를 벤처와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고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은 자동화로 인해 고용창출능력이 극히 낮다. 산업구조개혁 과정에서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은 불가피하다.

한편 근로자의 직업훈련과 첨단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근로자들이 신산업발전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일자리는 정부나 기업이 주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경제를 고용 친화적인 고도성장체제로 바꾼 다음 마중물 정책으로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고용절벽을 올바르게 극복하는 길이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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