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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스텔스기 도입 경쟁으로 번진 동아시아 패권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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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1 06:00:00 수정 : 2018-03-31 10: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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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 F-35A 1호기가 3월 19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상공에서 성능 테스트를 위한 비행을 실시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우리측 군용기의 움직임을 적이 알 수 없도록 하는 스텔스는 비행기가 전쟁에 처음 투입된 1914년 1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모든 국가의 군대가 꿈꿔왔던 일이었다.

스텔스 개념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것은 1990년대 초 1차 걸프전쟁에 모습을 드러낸 F-117A 전폭기였다. 삼각형 모양으로 기체 내부에 폭탄을 탑재한 채 이라크군 방공망에 탐지되지 않고 공습을 수행한 F-117A에 깊은 인상을 받은 각국은 스텔스 개념을 적용한 전투기 개발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미국의 F-22/F-35A, 러시아의 SU-57, 중국의 J(젠)-20, 일본의 심신(心神) 등이 등장했다. 공교롭게도 동아시아 지역에 최신형 스텔스기가 집중된 상황에서 더 강한 스텔스기를 확보하려는, 또는 스텔스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F-35 VS J-20의 대결

동아시아 스텔스기 경쟁은 한국, 미국, 일본의 F-35와 중국의 J-20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 공군 F-35A 1호기가 3월 19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록히드마틴 공장 활주로에서 시험비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한국은 지난달 29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록히드마틴 공장에서 서주석 국방부 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F-35A 1호기 출고식을 열었다. F-35A는 F-35 시리즈 표준형으로 공군이 사용한다. 적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성능을 통해 북한군 방공망을 피해 내륙 깊숙이 침투, 지상 표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 대당 가격은 대금을 사후 정산하는 대외군사판매(FMS)방식이 적용되어 정확한 가격은 현재 상황에서 알 수 없으나 대당 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군 당국은 2014년 3월 F-35A 40대를 2018~2021년까지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40대 중 올해 생산되는 6대는 미국 애리조나주 루크 공군기지에서 조종사 훈련용으로 쓰이다 내년 3월 국내에 들어온다. 이후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국내 기지에 배치될 예정이다. 
중국 공군 J-20 스텔스 전투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SCMP 캡쳐

2020년대 중반 20대 추가 도입 가능성도 있다. 공군참모차장 이성용 중장은 29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록히드마틴 공장에서 열린 F-35A 1호기 출고식에서 “(20대 추가 구매와 관련해) 국방기술품질원이 연구용역을 발주해 선행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군 내부 검토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문재인정부 임기 내 사업 추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본은 1월 26일 아오모리(靑森)현 미사와(三澤)기지에 F-35A 1대를 배치했다. 일본은 최종적으로 42대를 미사와 기지에 배치할 예정이며, 사거리 500㎞의 노르웨이제 공대지미사일 조인트 스트라이크 미사일(JSM) 도입도 추진한다. 한국이 F-15K 전투기에 사거리 500㎞의 타우러스(TAURUS)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한 것을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일본은 F-35A 도입 대신 자국산 F-3 스텔스전투기 개발은 유럽 등 선진국과의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장기계획으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심신 기술실증기로 스텔스전투기 개발 가능성은 확인했으나 막대한 개발비와 긴 개발기간을 감안, 신속한 전력증강이 가능한 F-35A 도입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대 100대의 F-35A가 추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수직이착륙형인 F-35B도 항공모함 건조 논의와 더불어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주일미군의 F-35A/B까지 합치면 스텔스 전투기 전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밀집도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주일미군 이와쿠니 기지에 배치된 일본 육상자위대 패트리엇(PAC-3) 포대가 경계태세를 취한 채 하늘을 향하고 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 제공

중국도 올해 들어 한반도와 인접한 산둥반도에 J-20 스텔스 전투기를 배치했다. 산둥반도 공군기지는 서해와 발해만을 바라보고 있다. 작전반경이 2000㎞로 알려진 J-20이 산둥반도에서 출격하면 한반도 전역과 주일미군 이와쿠니(岩國) 기지에 도달할 수 있다. 공중급유를 받을 경우 태평양 비행도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J-20은 중국이 1990년대 말부터 개발해온 스텔스 전투기다. 러시아가 1990년대 개발했으나 사장된 MIG 1.44와 미국 F-22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YF-23 등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첫 비행에 성공했고 2016년 11월 주하이 국제에어쇼에서 공개 비행했다.

러시아는 2002년부터 수호이 설계국 주도로 SU-57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중이다. 구체적인 성능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다. 다만 탑재 엔진 개발이 늦어지고 있어 대량 도입은 2020년대 중반 이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스텔스 탐지 위한 노력도 강화

스텔스 전투기 배치가 가시화되면서 스텔스기를 탐지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스텔스기는 레이더상에서 탐지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적 전투기가 쏘는 레이더파를 반사하는 강도를 나타내는 레이더반사면적(RCS)이 매우 작을 뿐이다. 레이더 전자파를 강하게 방사하면 스텔스기라도 탐지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투기에 탑재되는 레이더는 출력이 약해 스텔스기를 충분히 탐지하지 못한다. 강력한 지상관제 레이더와 조기경보통제기, 우수한 운동성능과 탐지능력을 갖춘 전투기, 지대공미사일 시스템, 빅데이터 등이 융합된 방공망을 구축해야 가능하다.

스텔스기 탐지 및 격추 방법은 스텔스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는 유럽에서 먼저 등장했다. 1999년 3월 유고 내전과정에서 F-117A 격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타마라(TAMARA) 레이더는 체코 회사에서 제작했다. 러시아는 1990년대 날개가 앞쪽으로 뻗은 전진익을 채택한 S-37 전투기로 F-22의 공격을 회피한 뒤 근접전투로 격추하는 방법을 고민하기도 했다.

유럽 등지에서 거론됐던 스텔스기 탐지 및 격추 방법은 장거리 탐지가 가능한 지상관제 레이더를 영토 곳곳에 설치해 광역 감시를 실시한다. 레이더에 포착되는 모든 물체를 사전에 확보한 데이터와 실시간 대조하다가 스텔스기와 비슷한 특성을 띤 작은 물체가 포착되면 조기경보통제기와 전투기를 해당 공역으로 보낸다. 조기경보통제기는 지상관제소의 도움을 받아 스텔스기가 있을 만한 곳에 강력한 레이더파를 방사, 스텔스기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해 전투기에 실시간으로 통보한다. 해당 공역으로 날아간 전투기들은 적 스텔스기가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하면 전자전 시스템과 기동성을 동원해 회피한다. 적 스텔스기에 20㎞ 정도까지 접근하면 적외선이나 열 감지기능으로 적 스텔스기를 탐지, 단거리 열추적 공대공미사일로 요격한다. 지대공미사일 투입도 가능하다.

중국과 일본은 상대방의 스텔스기 탐지를 위해 방공망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미국 스텔스전투기와 폭격기의 접근을 막기 위해 탐지능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최신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인 S-300 3개 포대를 내년까지 도입하는 한편 KJ(쿵찡)-600, KJ-6000을 비롯한 조기경보통제기를 개발, 실전배치했다. 최근에는 항공모함 탑재가 가능한 신형 조기경보통제기를 개발하고 있다. 극초음속 기술을 적용해 사거리를 3배나 늘린 공대공미사일 개발도 거론된다.
미국 해군 E-2D 조기경보통제기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띤 중국의 신형 조기경보통제기. 웨이보 캡쳐

일본도 중국과 러시아의 스텔스기를 탐지할 수 있는 수준의 방공망 구축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방위성 기술연구본부는 2014년 마이모(MIMO)라는 이름의 신형 레이더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레이더에 포착된 스텔스기가 일본 영토와 영해를 공격할 의도가 명백하면 지대공미사일 등으로 요격하는 사격 관제 시스템과 이동식 레이더 등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탄도미사일 탐지를 위해 도입되는 이지스 어쇼어 2기는 해군 방공작전을 위해 개발된 이지스 시스템 특성을 고려할 때 광역 감시 임무에도 투입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미국 해군 항공모함에 탑재되는 E-2D 조기경보통제기 5대도 일본의 새로운 무기다.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인 AN-APY-9을 탑재한 E-2D는 556㎞ 떨어진 거리의 물체를 식별하고 J-20 등 스텔스기 탐지와 추적도 할 수 있다. 미국도 주일미군에 E-2D 5대를 배치했다.

물리학 법칙 중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이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알렉산더 벨이 1876년 전화를 발명하자 3년 뒤 전화 통화를 엿들을 수 있는 도청장치가 개발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동아시아 상공을 누비는 스텔스기는 지역 국가들의 패권다툼 과정에서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스텔스기의 능력을 강화하는 조치와 이를 탐지해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엎치락뒤치락 하며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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