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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단계적이냐 일괄타결이냐…비핵화 핵심은 北·美 간극

입력 : 2018-03-30 18:49:29 수정 : 2018-03-30 23: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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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식 해법’ 반대 내비친 靑/美 ‘초강경파’ 내각·김정은 방중에/ ‘비핵화’ 낙관적 기대서 우려 시각/ 北·美간 방법·보상 놓고 입장차 커/ 南서도 ‘고르디우스식 해법’ 논란/“일괄타결·단계적 상충 개념 아냐/ 동시에 비핵화 이행하는 게 해법"
28일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은 곧이어 열릴 북·미 정상회담의 전초전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과제는 북한 비핵화 방법과 보상을 놓고 입장차가 큰 북·미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달 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제안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시 이를 전격 수락한 직후에는 낙관적 기대가 분출했다. 하지만 회담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분위기는 일변했다. 미국에선 대화파로 꼽히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 이어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해임됐다. 그 자리를 채운 건 마이크 폼페이오 전 CIA 국장과 존 볼턴 전 유엔 미국대사 등 초강경파다. 워싱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전시내각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다. 특히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이전부터 북한 비핵화에 ‘선 비핵화 후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식 해법 적용을 주장해 왔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고집한다면 회담 결과를 낙관하기 힘들다.

新 혈맹 과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이틀 뒤인 28일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 위원장의 해외 방문이 공식 확인된 것은 2011년 그가 북한의 권력을 잡은 이후 처음이다.
베이징=AP연합뉴스
게다가 북한에선 김 위원장이 극비리에 방중, 시진핑 중국주석을 만나 “한국과 미국이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하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선 비핵화가 아닌 조건부 비핵화 용의를 밝힌 것이다. 이는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와 그에 상응해 미국 등 나머지 국가들이 해야 할 조치를 단계별로 정한 뒤 각자 동시에 이를 실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대화에 나선 북한 진의를 의심하던 보수층을 중심으로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입장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비핵화 해법이 복잡한 매듭을 단숨에 자르는 ‘고르디우스식 해법’에서 단계적 타결 방식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0일 “애초 포괄적으로 먼저 선언하고 이행은 단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단 정상 간에 비핵화·종전·평화선언 등으로 큰 뚜껑을 씌우고 비핵화 및 검증과 상응하는 보상체계 등은 실무적으로 논의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靑 찾은 中 특사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접견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특사인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같은 비핵화 방안을 놓고 북·미 간 대립전선 형성이란 해석이 나오는 것에 대해 청와대는 일축했다. 무엇보다 참모진 반대를 누르고 북·미 정상회담을 강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방법론을 언급한 바 없다는 이유에서다. 볼턴 내정자 역시 트럼프 대통령 임명 직후 인터뷰에서 “내가 그동안 개인적으로 얘기했던 것들은 이제 다 지나간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하는 말과 내가 그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단계적·동시적 조치’라는 베이징 언급을 미국이 원하는 일괄타결과 배치되는, 북한 특유의 시간끌기를 위한 ‘살라미식 전술’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이견이 제기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자문단 일원인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일괄타결과 단계적 조치는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다”며 “(일괄타결로) 리비아 해법을 거론하지만, 리비아도 선핵폐기론의 사례로 보기 어렵다. 미국과의 수교는 나중에 이루어졌지만, 테러지원국 해제나 제재 완화는 비핵화 과정과 병행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라크처럼 전쟁의 방식이라면 모를까,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방에 안보위협을 해소할 방법은 없다”며 “일괄타결을 하고, 단계적으로 동시에 이행하는 것이 북핵 해법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나온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란 결국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중간단계를 압축해서 ‘비핵화·관계정상화·평화체제’라는 목적지까지 도중에 서지 않고 직행하자는 뜻이라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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