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K팝 열풍’ 이면에는 그들이 있었다

입력 : 2018-03-31 03:00:00 수정 : 2018-03-30 20:15:5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방탄소년단 프로듀서 ‘피독’ / SM 사단 색깔 만든 ‘런던 노이즈’ / 밴드형 아이돌 굳힌 ‘정용화’ 등 / K팝 전성시대 연 숨은 공신 / 똑똑한 조력자들 이야기 담아
K팝 메이커스 /민경원 지음/북노마드
K팝 메이커스 /민경원 지음/북노마드


방탄소년단은 여느 아이돌 그룹과는 달랐다. 데뷔곡 ‘노 모어 드림’를 틀었더니 다짜고짜 “얌마 니 꿈은 뭐니”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꿈이라는 게 어떤 말인가. 10대 때는 가슴을 뛰게 하는 말이요, 20대 중후반이 되면 가슴을 후벼파는 말이다. ‘수저 계급론’에 빠져 더 이상 꿈꾸는 것을 포기한 요즘 청춘들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 흙수저로 시작해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고 외치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매혹적이었다.

‘방탄’은 그 사실을 너무 일찍 간파했기에 또래들에게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노랫말이다. “좋은 집 좋은 차 그런 게 행복일 수 있을까. 더는 남의 꿈에 갇혀 살지 마…” 위트 섞인 돌직구다. 다른 누군가의 계획이나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바를 담아내면서 또래 팬층과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방탄의 인기 비결 가운데 하나다.

데뷔 초기 방탄은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7위에 올랐다. “도대체 왜 인기가 있는 거야?” ‘방탄’의 노래를 제대로 듣기 전까지는 몰랐다. 노랫말을 듣는 순간 달라졌다. 역시 그들은 달랐다. 사실 지금의 ‘방탄’을 만든 숨은 공로자는 따로 있다. 이 책 저자는 K팝의 잘나가는 이유를 똑똑한 프로듀서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빌보드뮤직 어워드 시상식장 무대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연합뉴스
이 책에는 방탄을 만든 빅히트의 ‘피독’, 샤이니·레드벨벳 등 SM 사단에 색깔을 입힌 런던 노이즈, 미스틱의 토양에 실험을 더한 포스티노, JYP 오디션을 뚫고 트와이스의 전성시대를 열어젖힌 이우민, 밴드형 아이돌 시대를 연 씨엔블루 정용화, 인디와 오버를 오가는 어반자카파의 권순일, 한국형 알앤비 전성시대를 꿈꾸는 슈퍼프릭 진보, 아이돌·연기돌을 넘어 작곡돌로 떠오른 B1A4 진영 등의 숨은 조력자들이 줄줄이 소개된다.

피독은 대표적인 아이돌 ‘프로듀서’다. 방탄소년단은 그를 ‘작은 아버지’라고 부른다. 피독은 같이 음악을 듣고 놀며 노래를 만든다. 모여서 힙합 영화를 보고, 프리스타일로 센스 있는 가사 쓰는 법을 주고받는다. 과거의 다양한 음악을 찾아서 들으며 “네 생각은 어때, 너라면 어떻게 써볼래” 과제를 내준다. 그렇게 주제가 정해지면 각자 비트를 만들고 가사를 쓴다. 비트가 좋지 않으면 아예 시작하지도 않는다.

씨엔블루는 꿋꿋이 밴드를 고집한다. 그 중심에는 리더 정용화가 있다. 정용화에게 ‘밴드’는 음악을 하는 원동력이자 자양분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우면 따가운 대로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동력으로 삼았다. 반응이 뜨거우면 뜨거운 대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을 다잡는다.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무조건 운동하고 곡을 쓰는 그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정용화에게는 바람이 있다. 한국도 일본처럼 밴드 시장이 더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8000석 정도의 공연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2017년 1월 제31회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돌 일색의 가요계에서 ‘인디’로 분류되는 어반자카파가 본상을 수상한 것이다. 어반자카파의 권순일은 주위 사람들에게 감성 레이더를 열어놓고 순간을 포착해 음악을 만든다. 권순일은 노랫말에 마음을 집중하는 프로듀서이다. 곡을 쓸 때 멜로디가 먼저, 가사는 다음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사도 좋아야 계속 듣게 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방탄’의 노랫말에는 세계 젊은이들 가슴을 후벼파는 감성이 묻어난다.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이다. 전 세계에 열풍처럼 번지고 있는 K팝(Korean Popular Music)의 배경에는 그들이 있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