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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거대 양당 ‘선거구’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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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9 21:39:20 수정 : 2018-03-29 21: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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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국회가 헌법개정안을 놓고 입씨름을 하던 지난 20일 서울시의회는 선거구 획정안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의회 입구는 경찰의 통제를 받았다. 이들의 충돌은 자신들의 ‘덩치(세)’를 결정할 선거구 때문이었다.

정치권에서 흔히 대립하고 갈등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유불리(有不利)’가 갈릴 때다. 이때의 판단기준은 ‘나’와 ‘정당(세력)’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흔히 동원되는 것이 ‘힘=기득권’이다. 서울시의회는 이런 방식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밥그릇’을 철저하게 지켰다.

김달중 정치부 차장
기초의회는 우리나라 공직 선거 가운데 유일한 중선거구제다. 이는 1명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복수를 당선시킬 수 있는 제도다.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이들이 합류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문을 개방했지만, 현재 민주당과 한국당이 서울시 의회를 점하는 비율은 90%를 넘는다. 그나마 양당이 지난 6회 지방선거 후 각각 분당 과정에서 분리된 것으로 선거 당시 두 당이 싹쓸이를 했다.

서울시의회에서 거론됐던 4인 선거구는 애초 35곳이었다. 하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은 논의과정에서 28곳을 줄여 7곳으로 대폭 축소시켰고, 이마저도 최종 의결할 때는 ‘0’곳으로 없앴다. 서울시의회의 민주당 김동욱 대표의원은 “4인 선거구가 된다고 해서 소수당이 다 당선될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고, 한국당 강감찬 대표의원은 “당선되는 분들의 대표성도 사실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양당의 중앙당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방의회 문제는 해당 지역 의회에서 스스로 결정해 처리하고 있다”며 “우리가 어떻게 하라고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복수의 당선자를 뽑는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 자질이 없는 사람을 공천했는데도 당선되는 사례가 부지기수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1개 선거구에서 복수의 당선자를 선출하다 보니 양질의 후보가 아닌 사람들이 뽑힌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뿐만이 아니었다. 전국 곳곳에서 양당 또는 다수당의 기득권 프레임은 어김없이 작동했다. 경남은 4인 선거구를 14곳, 3인 32곳, 2인 38곳으로 만들었지만 다수당인 한국당이 제동을 걸어 4인 4곳, 3인 28곳으로 대폭 축소했다.

소선거구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대안으로 추진된 것이 중선거구제다. 복수의 당선자를 뽑아 유권자의 표심을 최대한 반영하고 비례성도 보완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2인 선거구로 추진하다 보니 거대 양당을 제외한 후보들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이 드러났다. 오히려 양당제를 강화시킨 꼴이 됐다.

청와대가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도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 달라는 의미다.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도 배분되는 선거제도를 논의해야 하는 분명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자질이 없는 후보’가 당선되는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먼저 정당이 자질이 있는 후보를 공천해야 할 문제다. 그런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유권자의 탓이 아니라 정당의 문제다.

김달중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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