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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못한 채 떠났지만… 친근한 이야기 듣는 듯

입력 : 2018-03-29 21:02:24 수정 : 2018-03-29 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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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 유고 소설집 ‘나는 왜 니나…’ 출간
소설을 친근한 이야기처럼 조근조근 활자로 풀어내기는 쉽지 않다. 자신과 외부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성찰이 바탕에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소설가 송영(1940~2016)은 그러한 능력에 덧붙여 일찍이 평론가 김현에게 ‘소설로서 거의 완벽한 구성을 가진 뛰어난’ 감각을 지닌 작가라는 평가까지 들었다. ‘선생과 황태자’ ‘땅콩껍질 속의 연가’ ‘발로자를 위하여’ 등으로 기억되는 송영의 유고 소설집 ‘나는 왜 니나 그리고르브나의 무덤을 찾아갔나’(문학세계사)가 반가운 이유다.

“적어도 거기 머물던 시간에는 나 자신도 자기에게 명확하게 해명할 수가 없었다. 내가 왜 만사 젖혀 놓고 서울에서 여기까지 달려왔는지, 그렇게 하고 싶었고 해야겠다는 필연의 욕구는 자제하기 어려울 만큼 강했다.”

송영은 표제작에서 왜 그가 니나를 찾아갔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못하고 갔다. 중편 분량으로 써나가다가 중단한 상태 그대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그는 ‘그간 폭염, 치과 질환 등으로 후반을 잇지 못했는데 곧 후속을 잇도록 할 예정’이라고 서두에 써놓았지만 끝내 완결하지 못한 채 떠났다. 러시아 작가 A의 초청으로 갔다가 만난 니나라는 여인과의 인연은 더 이상 알지 못하더라도 송영이 써내려가는 구체적인 세목들은 읽는 이들을 편안하게 몰입시키는, 과연 ‘1970년대 대표작가’라는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표제작 외에도 박노자(Vladimir Tikhonov) 오슬로대학교 동양어학과 교수가 등장하는 ‘라면 열 봉지와 50달러’ 이야기가 흥미롭다. 러시아에 갔을 때 탁월한 가이드 청년이었던 블라디미르에게 50달러를 건넸지만 거절당하고 그 무안함을 라면 10봉지로 대신했던 인연이 그 청년 주례로까지 이어졌다. 박노자는 “송영 선생님은 옛 소련, 망국의 폐허 위에서 삶을 걸고 투쟁하던 당시 유민들의 삶까지도 호의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려 한다”면서 “국경을 넘어 따뜻한 마음으로 인간의 삶을 관찰하고 고민하시는 모습은 나에게 크나큰 감동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장석주는 “세계의 바깥으로 끝없이 미끄러지며 외부를 향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송영의 작품이 독자로 하여금 제 영혼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계기를 주고, 혼돈과 두려움에 빠진 누군가의 영혼에 지적이고 도덕적인 빛 한 줄기쯤은 밝혀 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해설에 썼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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