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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명연장의 꿈, 바이오 이종장기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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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6 23:49:05 수정 : 2018-03-26 23: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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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풍부해지고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인류의 수명은 100년을 넘어 120년까지도 기대되고 있다. 특히 불치병, 난치병으로 불리던 질병들마저도 현대 의학에서 장기이식을 통한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 큰 몫을 했다.

그러나 고령화, 핵가족화, 낮은 출산율 등으로 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 장기를 이식받을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은 문제다. 설상가상으로 잠재적 장기이식 대기 환자는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현재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3만3000명으로 장기기증자의 10배 이상이다. 건강한 장기를 이식받으려면 장기 종류에 따라 길게는 7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생명을 담보로 길고 지루한 기다림에 지친 환자가 실제 장기 기증으로 새 삶을 누릴 기회는 1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떠오른 대안이 ‘바이오 인공장기’이다.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 중에서도 현재 가장 실용화 가능성이 큰 것은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인간의 몸에 이식해 손상된 장기를 대체하는 이종(異種)장기 분야다. 이종장기 이식은 장기를 기다리는 환자가 적합한 장기를 이식받을 때까지 생명을 연장해주는 가교(架橋) 역할을 한다. 이종장기의 원료동물로 가장 적합한 동물인 돼지는 장기의 크기와 모양이 인간과 유사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가축으로서 형질전환과 감염관리가 용이한 점이 장점이다.

이런 가운데 200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형질전환 복제돼지인 ‘지노’(2009년)와 ‘믿음이’(2010년), ‘사랑이’(2017년)가 개발되면서 바이오 이종장기 연구에 초석이 놓였다. 현재 바이오 이종장기용 돼지 4종을 비롯해 의료용 단백질 생산용 돼지 5종,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용 돼지 1종이 개발, 보유되고 있다.

최근 바이오 이종장기용 형질전환 돼지에게서 생산된 심장, 신장, 각막, 췌도 세포, 피부를 인간 이식 전 단계인 영장류에 이식하는 실험이 활발하다. 2016년 농촌진흥청은 건국대병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형질전환 돼지 ‘믿음이’의 심장을 ‘필리핀 원숭이’에게 이식해 60일 이상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내 이종 간 심장이식에서 가장 긴 기록이다. 이듬해에는 심장에 이어 각막을 이식한 결과 234일간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람 간의 동종이식 조건인 안약 처치만으로도 장기간 각막의 정상 기능을 유지시킨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었다. 이는 우리 기술로 개발한 바이오 이종이식용 돼지 ‘믿음이’의 거부반응 제어 능력이 우수하고 이종이식 수술 기술이 확립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하겠다.

양창범 국립축산과학원장
바이오 이종장기 이식 연구는 조만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믿음이’의 개발 관련 특허기술을 이전받은 생명공학 전문기업이 췌도 세포와 함께 각막, 피부 등의 조직을 상업화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꿈꾼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형질전환 가축을 이용한 바이오, 의료소재용 동물 수요는 갈수록 확대될 것이다. 이종장기 원천기술의 확보는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와 국가 위상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동물 장기이식 기술이 실용화되면 국내 축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도약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창범 국립축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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