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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지배해 온 '평균'이란 허상을 깨라"

입력 : 2018-03-23 19:43:21 수정 : 2018-03-23 19: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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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로즈 지음/정미나 옮김/이우일 감수/21세기북스/1만6000원
평균의 종말/토드 로즈 지음/정미나 옮김/이우일 감수/21세기북스/1만6000원


“게으름뱅이, 문제아, 한심한 녀석….”

토드 로즈(43) 미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의 고교시절 이야기다. 믿기지 않지만 그는 고등학교 시절 성적 미달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일명 발달장애) 장애로 학교를 도중에 떠나야 했다. 청소년기 골칫덩이 취급만 받던 토드 로즈가 인생 반전을 맞이한 건, 자신의 고유한 재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선 인정받지 못했던 능력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다. 암기력이 좋은 아이, 상황 판단이 빠른 아이, 수리적 이해가 높은 아이,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아이가 있다. 그러나 공교육은 이런 다차원적인 ‘개개인성’을 무시한다. 오로지 ‘시험 잘 보는 능력’만으로 아이의 모든 걸 평가한다. ‘연령별 평균적 지능’이라는 기준에 따라 학습 과목과 난이도를 정해놓고, 아이의 점수가 평균 점수보다 높은지 낮은지를 측정해 모든 재능을 재단하는 식이다.

학교의 ‘문제아’였던 토드 로즈는 이 책에서 그 ‘평균’이라는 기준 자체가 허상임을 논리적 근거를 통해 지적한다. 역사상 유례없던 대격변의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은 매우 낮다. 왜 그럴까. 원인은 인재 양성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교육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지식을 암기해 시험을 치르고, 그 점수가 미래를 결정한다고 배운다. 사회가 원하는 창조적 인재상과 실제 교육현장에서 가르치는 인재상 사이의 격차가 너무나 큰 것이다.

저자 토드 로즈는 이런 괴리를 몸으로 직접 체험한 사람이다. ADHD 장애에 시달린 그는 주의가 산만했다. 수업 내용 또한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꼴찌 수준의 성적을 받았다. 결국 모난 돌이 되어 학교를 떠나야 했다. 토드 로즈는 오히려 학교를 벗어나면서 인생 반전을 맞는다. 그는 주입식 수업 대신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대로 흥미 분야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발달장애 교육학 분야 권위자가 되었다.

그러면 그 ‘평균적’이란 게 무엇인가. 뇌과학자들이 만든 ‘평균적 뇌 지도’를 보면 평균이 허상임을 알 수 있다. 2002년 뇌신경학자 마이클 밀러는 “단 한 명의 뇌도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영역이 활성화되지 않으며, 개개인별로 나름의 체계를 띠는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평균적 두뇌’란 전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인 저자 토드 로즈는 “평균 이하라는 말은 아이의 천부적인 창의성과 개성을 죽이는 허상”이라면서 “미국 공교육이 살려면 개개인성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토드 로즈는 이에 대한 근거를 3가지로 뒷받침한다. 첫째 ‘들쭉날쭉의 원칙’이다. 현대 교육의 근간을 세운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는 학교 성적과 사회의 성공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식이다. 개인에게는 일종의 ‘전반적 지능’이 있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동일한 IQ라 해도 각 개인이 가진 지능은 분야에 따라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공부든 일이든, 개인이 더 뛰어난 지능을 발휘하는 분야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로 ‘맥락의 원칙’이다. 사람을 대개 두 종류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내향적 또는 외향적, 사고형 또는 감정형 등, 둘 중 하나의 성향으로 구분하곤 한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내향적인 동시에 외향적이고, 이성적인 동시에 감정적인, 모순적 성향을 둘 다 갖고 있다. 단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할 뿐이다. 도덕성 인내심 성실성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본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절한 상황과 맥락을 조성해주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라는 점이다.

셋째 ‘경로의 원칙’이다. 사회에는 평균적으로 밟아야 하는 ‘정상적인’ 경로가 있다. 신체나 지능 발달의 경우에도 아이가 빠른 성장을 보이면 더 똑똑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보다 뒤처지면 인생의 낙오자라도 된 양 걱정한다. 이 또한 평균의 허상에 갇혀 착각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모든 아이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정상적 발달의 경로란 존재하지 않는다. 개개인에게 적절한 발달 경로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든 아이에게는 시험 점수와 학교 적응력만으로는 알 수 없는, 숨겨진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지금의 공교육은 이런 재능의 문을 하나씩 닫아버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시대가 바뀌면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그 시작은 이제껏 교육을 속여온, ‘평균’이라는 허상을 깨부수는 일”이라고 역설한다.

이 책은 2015년 ‘The End Of Average’로 하버드대에서 출간됐고, 아마존닷컴 올해의 책(2015)으로 선정되었다.

저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주위 사람들은 열이면 아홉은 내가 문제라고 했다. 나를 게으르고 한심한 아이로 취급했고,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문제아라는 핀잔이었다”고 했다. 옆집 아이는 하는데 우리 아이는 못할까라며 몸이 단다. 학교에서도 평균적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면 ‘학습 지체’라는 꼬리표가 금방 달라붙는다. 아이 스스로도 성적표를 받고 자괴감에 빠진다. 우리 공교육을 혁신해야 한국의 미래가 있음을 시사하는 책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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