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박아린 옮김/메디치미디어/1만7000원 |
지나친 육식이 인류의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절임 육류와 붉은색 육류를 많이 섭취한 사람은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20~30% 증가하고 붉은색 육류와 가공된 가금류를 많이 섭취하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남성은 43% 증가한다고 한다. 적색 육류를 하루에 0.5인분(약 42g) 이하로 섭취하면 남성은 사망률이 9.3%, 여성은 7.6%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고기를 끊으려는 이들이 많으나 실행은 쉽지가 않다. 흡연자가 금연의 어려움을 토로하듯 육류 섭취자가 고기를 끊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육류 섭취와 소비는 더욱 증가하는 양상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11년 미국인은 1951년보다 육류를 약 28kg 더 섭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년까지 북미 지역의 육류 수요가 2011년 대비 8% 증가하고 유럽에선 7%, 아시아에선 무려 5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많은 의사들의 경고에도 육류 섭취량은 줄어들기는커녕 늘고 있다.
인류가 근래 들어 건강과 환경 문제에도 고기를 끊지 못하는 것은 유전자와 역사· 문화적인 ‘중독’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고기 섭취는 수백만년 동안 인류 진화와 생존의 버팀목이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그렇다면 우리는 문제투성이인 고기를 왜 끊지 못할까. 그 원인으로 ‘고기 중독’이 꼽힌다. 인류가 고기에 중독된 이유는 한마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간단해보이지만 복잡한 이 말의 함의는 고기가 자주 먹을 수 있을 만큼 주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각종 기술과 정부의 보조금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굶주림을 경험한 인류가 귀한 음식으로 대접해오고 있다. 여러 부정적인 연구 결과에도 고기를 먹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깊게 작용하고 있다.
“인류는 오랜 기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최선의 식단을 찾아 적응해왔다”는 저자는 “앞으로는 콩고기와 배양육을 포함한 많은 육류 대체품과 곤충 등이 사람들의 식탁에 더 많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초의 육식동물이 탄생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인류의 조상들과 현생 인류가 왜 고기를 먹어왔는지, 오늘날 육류 소비가 왜 증가하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 인류의 육식 연대기라 할 만하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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