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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경제 망치는 産銀의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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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2 21:10:05 수정 : 2018-03-22 2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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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상무보 이상 임원급 전원에게서 사표를 받아 갔다. 19일 오전이었다. 사표를 낸 임원들은 회의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시장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도 했다. “어찌될 것 같으냐”는 기자 질문에 한 임원은 “(주인이 없어진 후) 한두 번 내본 일괄사표가 아니다”라고 담담해했다.

그랬던 그 임원은 퇴근 전 사내 전산망에 뜬 ‘인사통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날 본부장급 임원 6명이 짐을 쌌다. 12명 중 절반이다. 본부장으로 승진한 지 두 달 남짓인 임원도 있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인사였다. 꽃샘추위로 쌀쌀했던 그날 대우건설엔 ‘피바람’이 불었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갑작스러운 인사에 대해 업계에서 “매각 순간 터진 부실에 대한 책임을 임원들에게 지우려고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산은은 대우건설을 호반건설에 팔기로 했으나 막판에 3000억원 규모의 해외손실이 발생하는 바람에 매각이 무산됐다. 부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매각을 밀어붙이던 산은은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대우건설이 부실을 감춘 것도 아닌데, 또 그 부실이 ‘언제 터진다’ 하고 예고된 것도 아니었는데, 망신은 망신이었다.

그런데 화풀이를 왜 대우건설에 하는지가 의문이다. 산은이 대우건설의 대주주·주인이고, 매각의 주체였다. 지금 대우건설 대표이사도 산은 출신이다. 대우건설에는 산은이 파견한 관리단도 있다. 그래서 당연히 해외손실을 막거나 파악하지 못한 책임은 산은이 지는 게 맞다. 하지만 지금껏 산은에서 이 문제로 책임졌다는 사람이 없다. 이번 인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니 슬그머니 대표도 교체하겠다는 게 산은의 해결책이다.

어처구니없는 인사에 대우건설은 초토화됐다. 새 대표가 오면 19일에 발령받은 새 본부장 직무대리들은 또 교체해야 하나. 아니면 과거 대표이사가 임명한 본부장들이 어정쩡하게 새 대표와 일을 할까. 그런 신임 본부장들을 보는 직원들은 또 무슨 꼴인가. 임원 다음은 직원 구조조정이라고 수근댄다.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구조조정은 고사하고 부실만 키운다는 비난을 듣는 산은이다.

지난해 그 난리를 쳤던 금호타이어 매각은 돌고 돌아 다시 원점에 있다. 산은의 잘못된 대응 덕에 더욱 헐값에 재차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중국의 더블스타는 요구 조건을 늘리며 큰소리치고 있다. 산은은 2대 주주인 한국GM 사태에서도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끌려다닌다. 오죽하면 GM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겠나. 대우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에 투입한 ‘혈세’는 또 얼마인가. 산은을 구조조정 해야 할 판이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산은 회장이 문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한다. 이런 식이라면 대통령에게 부담만 주는 측근이 될지 모른다. 밖에서 신랄하게 산은의 무능을 비판하던 이동걸 회장의 생각이 취임 6개월 만에 싹 바뀐 것일까. 산은의 ‘헛발질’에 나라경제가 멍든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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