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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면서도 이해 어려워… 카잔차키스 대한 오해 해소”

입력 : 2018-03-23 03:29:34 수정 : 2018-03-23 03: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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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동의 ‘조르바를 위하여’ 호메로스 이후 그리스가 낳은 가장 뛰어난 작가로 추앙받는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의 대표작 ‘그리스인 조르바’만큼 빠른 시간에 강력하게 사랑받는 세계적 고전 반열에 오른 작품도 드물다. 50여 개 넘는 나라의 언어로 번역됐을 뿐 아니라 영화 뮤지컬 발레 연극 등으로 각색됐고, 9차례에 걸쳐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국내에도 이윤기의 번역판으로 소개돼 열혈 독자들이 많았다. 

가장 널리 읽히면서도 ‘가장 이해되지 못한 작품’이라는 평가도 따라다닌다. 중역이 아니라 그리스어에서 직접 옮겨 가장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 피터 빈의 영문판을 근년에 다시 번역해 내놓은 김욱동(사진) 서강대 명예교수가 이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서 ‘조르바를 위하여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삶과 문학’(민음사)을 펴낸 이유다. 이 책에서 김 교수는 조르바를 둘러싼 오해들을 적시하고 이 작품을 탄생시킨 카잔차키스의 삶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조르바’라는 이름부터 잘못된 번역이었다는 지적이다. 본디 ‘조르바스’였으며 원제도 ‘알렉시스 조르바스의 삶과 시대’였다. 피터 빈은 이미 굳어진 ‘그리스인 조르바’를 제목으로 그대로 쓰되 ‘알렉시스 조르바스의 성인전’이라는 부제를 붙여 타협점을 찾았다. 김 교수는 카잔차키스의 삶을 소개하면서 미당 서정주의 ‘자화상’을 인용하며 카잔차키스를 키운 것은 바람이 아니라 여행이었다고 전한다. 인생관이나 세계관에서 그와 가장 닮았다는 미국 문학의 아이콘 헤밍웨이조차 외국에서 머문 기간이 아닌 여행한 지역의 다양함을 놓고 보자면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다. 카잔차키스는 “한 장소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나는 그만 죽을 것만 같다”고 썼다.

김 교수는 이 책에 ‘그리스인 조르바’의 구상과 집필 출간에 얽힌 이야기, 니체와 베르그송과 동양사상이 삼투된 맥락, 실존주의, 녹색소설의 위상 등을 소개했다. 그는 카잔차키스의 작품을 읽는 일은 통풍이 안 되는 답답한 병실에 있다가 싱그러운 5월 훈풍이 부는 시골 들판으로 뛰쳐나온 기분이라고 썼다. 작금의 ‘미투 열풍’ 속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아도 과연 그러할까. 김 교수는 “여성에 대한 조르바의 편견과 오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여성을 병적이고 불평만 늘어놓는 존재로 언급한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면서 “그는 여성을 오직 성적인 것과 연관시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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