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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평창올림픽과 북핵 이니셔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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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2 07:37:01 수정 : 2018-03-22 09: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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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극복한 / “평창올림픽은 완전한 성공” / 한반도 비핵화 해결 위해 / 막후에서 주도권 행사해야 “평창올림픽은 완전한 성공·대리대사 마크 내퍼.” 지난 16일 주한 미국대사관 아메리칸센터(ACK)에 연동시켜 놓은 카톡방에 뜬 메시지다. 내퍼 대리대사가 평창올림픽 경기장을 배경으로 성조기를 펼쳐든 사진과 함께 축하 글을 올렸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사태를 떠올려 보면 이런 찬사를 받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최순실과 장시호는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올림픽 자산을 사취하려고 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평창동계올림픽이 국제적 망신을 당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 직전에는 언론들이 올림픽 준비 미흡에 대해 우려 섞인 지적을 쏟아냈다. 경기장 건설이 지지부진한 것은 물론이고 비용 조달, KTX 건설 등 문제가 뒤엉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평창올림픽조직위 상층부도 어수선했다. 여러 부위원장이 임명된 체제였다. 부위원장들이 정치적 득실을 따지면서 중요한 책임을 떠맡으려 하지 않았다. 결제가 되지 않으니 일이 진척되지 않았다. 비용지출이 막혀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나왔다. 비용조달 책임자도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외면이었다. 입장권이 팔리지 않았다. 노로바이러스도 창궐했다. 언론도 비우호적이었다. 정치권조차 걸림돌이 됐다.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는 테스트이벤트조차 제대로 열지 못했다. 죽 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퍼졌다.

반전이 필요했다. 사무총장이 ‘이니셔티브’를 쥐도록 했다. 권한과 책임을 몰아주었다. 하지만 곳곳에 지뢰투성이였다. 최순실을 등에 업은 스위스의 이벤트 시설 건설업체 누슬리가 더블루케이를 통해 개·폐회식 공사를 맡겠다면서 설계서류와 견적서를 들이밀었다. 조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공기를 맞출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됐다. 부실시공이 우려된다며 거절했다. 발주를 강요하면 자리를 내놓겠다고 했다. 정부 지휘 선상에 있던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말이 없었다. 이렇게 해서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이 최순실 망조를 피해 갔다. 

사무총장은 ‘로우 키’로 움직였다. 억울한 지적들이 많았지만 대놓고 반박하지 않았다. 관계자들을 초청해 현장을 보여주고 설명했다. 제기된 문제들을 살펴보고 고쳤다. 생살을 도려내듯이 비용을 줄여가며 균형재정을 이루려고 노력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호소한 끝에 지자체와 공기업들이 티켓구매에 나섰다. 

한용걸 논설위원
개막식이 열리자 반전이 시작됐다. 칼바람 추위가 멈췄다. 평창의 수은주가 개막식날 딱 하루 올라갔다. 축복이었다. 세계언론들은 호평했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이 참가하네 마네 했던 게 언제였느냐는 듯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변기 두개 화장실로 유명했던 소치올림픽과 비교됐다.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컬링에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미신화가 탄생했다. 밤마다 TV 앞에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수백억원짜리 경기장이 아깝지 않았다.

올림픽 경기는 끝났다. 하지만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게 있다. 북핵 문제이다. 평창올림픽은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은 국제적 이벤트가 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참가 의향을 밝히면서 문이 열렸다. 개막식이 열렸던 지난달 9일 문재인 대통령, 김영남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 지붕 아래 모였다. 이들이 자리했던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에서 새 기운이 움트기 시작했다. 평창에서 반전된 북핵 드라마의 마지막 점을 찍는 일이 남았다. 화룡점정(畵龍點睛)해야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다. 한반도 주변국들은 저마다 주도권을 행사하려고 욕심을 부리고 있다. ‘균형자’, ‘운전석’을 앞세우면 면박당하기 십상이다. 실리도 얻기 어렵다. 견제를 피하면서 막후에서 밀고 당기는 역할을 해야 한다.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나서지 않아야 한다. 그럴듯한 명분은 주변국에 나눠 주어야 한다. ‘섀도 이니셔티브(막후 주도권)’ 행사이다.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성패의 갈림길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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