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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에 더욱 명확해진 토지공개념…논란 예고

입력 : 2018-03-21 15:18:01 수정 : 2018-03-21 15: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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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정부 재량권 넓어져…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등 위헌논란 무력화"
종부세 강화, 각종 개발이익 환수 등 가속화 예상…"국민적 합의 거쳐야"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 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
청와대가 21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토지공개념을 더욱 명확하게 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토지공개념은 땅(부동산)에 관한 개인의 재산권을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제약할 수 있다는 게 핵심 논리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자본주의 경제질서 및 그 근간인 사유재산제와 정면 충돌한다는 이유로 토지공개념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태우 정부가 1989년 '토지공개념 3법'으로 불린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과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을 제정했으나 헌법재판소가 토초세법과 택지소유상한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 청와대는 개헌안의 경제 조항을 공개하며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공개념 내용을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안에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간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 토지공개념으로 부동산 개발이익환수·조세 등 규제 강화

토지공개념의 시조는 19세기 경제학자 헨리 조지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地代)는 개인에게 사유될 수 없고 사회 전체에 의해 향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은 작년 9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언급하면서 다시 조명을 받았다.

토지공개념은 이미 우리 헌법에도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 다만 대통령 개헌안처럼 명확하지는 않다.

헌법 23조 2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 122조는 "국가는 국민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헌안은 "특별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더욱 명확하게 토지공개념을 규정하고 국가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토지 소유권은 개인에 두되,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공공이 가져갈 수 있다는 논리로 해석된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토지 개발에 대한 이익 환수나 부동산 소득에 대한 과세가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최근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 일부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걷어가는 재건축 부담금에 대해 제기되는 위헌 시비를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재건축 조합이 2014년 재건축부담금 부과 처분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며, 최근에는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단지들도 이 법에 대한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국토부는 앞서 강남 4구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1인당 재건축부담금이 최고 8억4천만원 나올 것이라는 예상치를 밝혀 단지들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강변 35층 규제에 대해서도 주민들이 위헌 소송 제기를 언급하고 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조주현 교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위헌 논란이 있고, 소송도 제기돼 있자 (개헌안은) 그것이 정당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얻어내기 위해 아예 헌법에 명시하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헌법상에 토지공개념이 더 강화될 경우 정권의 의지에 따라 과거 위헌 판정을 받고 폐지된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이나 '토지초과이득세법'이 부활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개발부담금도 강화될 수 있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곧 부동산공개념"이라며 "과도한 개발이익이 사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부담금을 강화하는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개편안을 준비중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과거 참여정부 때 종부세는 가구별 합산과세 방식을 취했으나 위헌 결정으로 개인별 합산으로 완화됐다. 보유세 등 세금의 근거가 되는 주택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욱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율을 차등화해 강남 등 고가주택과 토지에 대한 세금을 더 무겁게 매기는 것도 위헌 논란없이 시행할 수 있다. 
◇ "지나친 사유재산 침해" vs "적정선에서 도입 필요"

학계와 전문가 집단에서는 토지공개념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최막중 교수는 "이런 내용을 법률이 아닌 헌법에 굳이 넣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토지의 소유권은 개인이 가지고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공공이 걷어간다는 것은 사회주의적 소유권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는 "토지공개념은 우리나라 건국이념이나 국가 정체성에 비교해 보면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토지공개념은 재산과 토지를 공유한다는 뜻이니 공산주의 사회에서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박사는 "토지공개념은 한마디로 국가가 토지를 소유한다는 뜻이며 심하게는 토지거래허가제, 주택거래허가제까지 할 수 있는 개념"이라며 "세제부분은 물론 국민의 생활 전반에 걸쳐 공권력에 의한 통제 강화할 여지 두게 된다"고 말했다.

두 박사는 "토지공개념은 자칫 해석에 따라 지나친 사유재산권 침해를 가져올 수 있고 그로 인한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문제를 충분한 국민적 논의와 합의도 없이 정치인들의 표 대결로 정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토지공개념의 강화가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반대론에 대해 지나친 확대 해석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김현수 교수는 "선진국일수록 경관이나 토지이용, 환경 차원에서 개인 재산권 제한을 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난개발의 문제점을 고려할 때 도시계획 측면에서 공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조심스러운 것은 어디까지가 공익이고 사익의 재산권 침해인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토지공개념은 과도하지 않은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삼수 경실련 정치사법팀장은 "토지에 대한 투기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주택이나 토지가 투기의 수단, 자산증식의 수단이 되는 것은 방지해야 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과 의무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 전문가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개헌안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토지공개념의 원칙은 이미 헌법에 있고 헌재의 판결에서도 그 취지가 반영돼 있는데 개정안은 이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하는 수준으로, 당장 생활의 큰 변화를 가져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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