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다스의 설립 당시 인사와 경영 등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을 이 전 대통령이 내렸고, 이후 아들인 시형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고 했다는 점을 미뤄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설립한 이후 차명보유 상태로 꾸준히 회사를 운영해왔다고 결론 내리고, 그 근거를 구속영장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대표로 있던 중 고 정세영 현대자동차 회장으로부터 하청업체 설립을 제안받고 측근인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을 통해 1987년 설립됐다. 설립할 때 합작했던 일본 후지기공 지분 34%를 제외한 나머지 3억9600만원을 이 전 대통령이 댔다.
이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는 1995년 다스에 19억8000만원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면서 또 다른 차명주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검찰은 이 증자 대금이 이 전 대통령이 차명 보유했던 도곡동 땅 매각금 263억원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도곡동 땅의 명목상 소유주였던 고 김재정씨가 차명주주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사장을 비롯해 권승호 전 전무, 강경호 전 사장, 청와대 총무비서관 출신 신학수 감사 등을 다스에 입사시키며 절대적인 경영권을 장악했다. 다스 주주총회에서는 강 전 사장과 조카 이동형씨,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이 차명주주 대리인으로 참여해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4년 1월부터 2006년 3월까지 다스는 하도급 업체에 허위 일감을 주는 방식으로 비자금 339억원을 조성했다. 이 비자금 중 상당액은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서울시장·대통령 선거비용과 우호적인 언론인 등에 대한 촌지, 여론조사 비용,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한 후원금과 아들 시형씨의 전세보증금 및 결혼비용 등 개인 활동비로 쓰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자금줄이었지만 동시에 주인을 해칠 수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현행법을 무시한 경영형태가 한창 정치적 행보를 넓혔던 이 전 대통령의 발목을 도리어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이 2006년 3월 이후 다스 비자금 조성을 중단한 이유 역시 본격적으로 대선 출마를 결심한 때와 맞물린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대선에 나갈 결심을 굳힌 뒤 “내가 큰 꿈이 있다”며 비자금 조성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100억대 뇌물수수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기로 입장을 밝힌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사저 앞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남정탁 기자 |
게다가 다스가 BBK를 상대로 미국에서 제기한 반환금 청구 소송의 1심에서 패소한 뒤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게 될 상황이 오자, 삼성이 이 비용을 대납하도록 종용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이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도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전부이자 보루였다. 다스를 최대한 온전하게 아들 시형씨에게 물려줘야했다. 아들 시형씨는 2010년 8월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다스에 입사한 뒤 기획팀장, 기획실장을 거쳐 2015년 1월 기획본부장(전무이사)에 오르며 고속 승진했다. 시형씨가 다스의 요직을 거칠 수록 경영 장악력도 커졌다. 다스 대표이사에게 올라가는 모든 품의나 보고에 대해 합의하는 권한도 시형씨가 가져갔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대기업 임원, 국회의원, 서울시장, 대통령, 부의 세습이라는 평생의 숙원 사업은 검찰의 수사 앞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 전 대통령은 오는 22일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00억원 이상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아들 시형씨 역시 다스의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2007년 검찰·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면 대통령 당선이 무효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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