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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권·정보기본권 신설…노동권·국민 저항권 대폭 강화

입력 : 2018-03-20 18:47:52 수정 : 2018-03-21 07: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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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권·정보기본권 신설… 노동자·사회적 약자 권리 강화 / 전문·기본권·국민주권 분야 내용 / 시대 변화상 대거 반영 / 커지는 국민 기본권 / 손보는 검사 영장청구권 / 여의도 가는 국민소환제 / 노동권에 힘 실어줘 청와대는 20일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요지 1차 공개를 통해 대국민 여론전에 나섰다. 이날 공개된 개헌안에는 생명권·정보기본권·국민소환제 신설과 노동권 강화 등 1987년 개헌 이후 시대 변화상을 반영한 조항이 대거 포함됐다. 청와대는 이날 전문·기본권·국민주권 강화 개헌안 발표를 시작으로 3일 연속 개헌안을 공개해 6·13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수행하기 위한 정치권 압력 수위를 높여 ‘여소야대’ 국회 지형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20일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통령 개헌안’의 헌법 전문과 기본권, 국민주권 분야 변화 내용을 설명하던 중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왼쪽)에게 추가 설명을 요청하고 있다. 조 수석 오른쪽은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
이제원 기자
청와대 춘추관에서 개헌안 설명에 나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헌법이 바뀌면 내 삶이 바뀐다. 개헌을 통하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 열릴 것”이라며 “이미 국회에서도 대부분 동의한 바 있는 조항들이다. (국회에서)양보와 타협을 통해 국민의 희망을 이루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국가정신이 된 민주화운동

개헌안은 국가가 추구하는 정신을 담은 전문(前文)에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을 추가했다. 민주화 역사에서 법·제도적으로 공인된 시민혁명 정신을 헌법에 대거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부당한 국가권력에 대항한 시민 혁명을 헌법 전문에 다수 포함시킨 것은 저항권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층 커졌음을 상징한다. 다만 개정안은 지난해 촛불시민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이유로 전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개헌안은 국가가 보장하는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 다만 이는 국적에 상관없이 보장받아야 할 천부인권적 성격의 권리에 한한 것이다. 교육권·사회보장권 등 국민경제, 국가안보와 관련된 권리에 대해서는 그 주체를 국민으로 계속 한정했다.

개헌안은 또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며 헌법에 생명권을 국민 기본권으로서 신설했다. 조 수석은 “생명권이 헌법에 들어간다고 해서 낙태가 자동적으로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태아의 생명 보호를 어떻게 할지는 법률에 맡겨진다”고 설명했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천부인권적 권리로 부당하게 생명권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규정한다는 의미”라며 “현재 사형제가 위헌이 아니라고 하는 결정은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 각종 빅데이터 범람 속에 자칫 침해받기 쉬운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 등을 보장하기 위해 정보기본권도 신설한다. 정보 독점·격차로 인한 폐해를 예방·시정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도 의무화된다. 사회안전망 구축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항도 포함됐다. 현행 헌법은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보호권을 명시하지 않고 복지정책 대상이나 보호 대상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개헌안은 모든 사회구성원이 각자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면서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사회보장도 국가의 시혜적 의무에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변경해 사회보장을 실질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권과 국민의 건강권도 신설됐다.

◆56년 만에 없어지는 검사 영장청구권

이날 발표된 개헌안에서 두드러진 쟁점은 ‘검사의 영장청구권’ 삭제다. 국민의 자유를 다룬 조항에서 신체의 자유와 관련해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12조 3항 중에서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대목을 아예 들어낸다는 뜻이다. 조 수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헌법에 영장청구주체 규정을 둔 나라가 없다”며 다수 입법례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이는 검찰개혁 문제와 밀접하게 맞물리는 사안이다.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헌법에 규정된 것은 1962년 12월 개정된 6호 헌법 때부터다. 이전 헌법에는 관련 규정 없이 법률에 영장 청구권자가 검·경으로 적시됐다. 앞서 1954년 최초 제정된 형사소송법 규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관할지방법원 판사의 구속영장을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박정희정권 시절 부여된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사라지면 형사소송법 등 법률 개정을 통해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도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길이 다시 열린다. 조 수석은 “헌법에서 이 조항이 삭제되더라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인정하는 현행 형소법은 그대로 유효하지만 앞으로 영장청구권 주체를 어떻게 정할지는 국회의 몫”이라며 “헌법에서 이 조항이 삭제되면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논의가 개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선변호인 선임권 확대(형사 피고인→형사 피의자 포함) △미란다 원칙 강화(체포·구속 이유, 변호인 선임권 외 진술거부권도 고지) △군사재판 대상에서 일반 국민 완전 배제 등 조항도 추가된다. 또 ‘법관에 의하여’ 재판 받을 권리는 ‘법원에 의하여’로 수정된다. 배심원 결정이 권고 수준의 효력만 가지는 현행 국민참여재판을 향후 미국식 배심재판으로 발전할 여지를 남겼다는 설명이다.
◆여의도를 겨냥한 국민소환제

‘국민 중심 개헌’을 개헌 목표로 제시한 청와대는 국회를 겨냥한 국민소환제도 개헌안에 넣었다. 조 수석은 “국회의원은 명백한 비리가 있어도 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라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헌정사상 최초로 권력의 감시자로서, 입법자로서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 요구에 따라 국민이 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과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소환제가 도입되면 국민이 부적격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투표로 파면할 수 있다. 지금까진 지방자치단체의장, 지방의회의원과 교육감 등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주민소환이 가능했다. 시민 몇명이 참여해야 국민소환·발안이 가능할지는 앞으로 국회에서 법률로 정하게 된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국민소환은 국회의원의 직을 국민이 직접 박탈하는 것이라 국회의원 스스로 따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영욕의 전직 대통령들 초상화 앞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노무현·이명박·박근혜(오른쪽부터) 등 전직 대통령 초상화가 걸려 있는 차담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리해고 반대 파업 등 노동자 권리 강화

이번 개헌안에서는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양극화 해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동 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조건의 결정 과정에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하는 한편,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현행 헌법은 노동 3권 행사 목적을 ‘근로조건 향상’에 한정하지만, 개헌안에서는 그 범위를 확대했다”며 “현행 헌법하에서는 임금 인상을 위한 단체행동에는 문제가 없지만 정리해고 반대를 위한 파업은 노동자의 근본 생존 문제인데도 불법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에서 노동자 권리를 일정하게 확대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다만, 단체행동이 가능한 조건에 권익보호가 포함된 점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란 이유로 재계 등의 거센 반대가 예상된다.

‘부지런히 일한다’는 뜻을 내포한 ‘근로’(勤勞)라는 용어는 일제 및 군사독재 시대에 사용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이번에 ‘노동’(勞動)으로 수정했다. 이와 함께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 3권을 인정하는 한편, 현역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에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부과한 점도 특징이다.

박성준·유태영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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