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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너무 늦은 검찰총장의 사과…박종철父 '이미 기력이 쇠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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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0 08:56:08 수정 : 2018-03-20 09: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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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씨 ‘한 달 전부터 기력 급격히 쇠잔해져 정상적 소통 어려워’/병실 동료 “이틀 전부터 딸 이름 수차례 부르며.. 거동도 힘들어 가슴 아파”/문무일 검찰총장 20일 오후 방문 예정 “지나간 일들이, 살아온 억울한 생활이 완전 청산이 될 수 있도록 그리 하겠지요…”

문무일(57·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의 ‘직접 사과’ 보도자료가 나온 직후인 19일 오후 7시쯤 고 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89)씨가 입원, 삶의 끝자락을 이어가고 있는 부산 수영구 ‘남천 사랑의 요양병원’ 302호실을 찾았다.

고 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89)씨가 19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동 ‘남천 사랑의 요양병원’ 302호실에서 세계일보와 간단한 인터뷰를 마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 달여 전부터 건강 상태가 나빠져 이미 기력이 쇠잔해진 박씨는 누운 상태에서 모기만한 작은 목소리로 몇 마디 소감을 남겼다.

검찰총장이 오면 어떤 말씀을 하실거냐고 묻자 박씨는 “수월하게 해야지… 어렵게 하지 말고, 간편하게…”라고 어렵사리 입을 뗀 뒤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올해 춘추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자 비교적 또렷하게 “구십 삼”이라며 호적에 실린 것보다 서너 살 많은 본래 나이를 기억했다.

지난 1월 이철성 경찰청장이 아드님 묘소(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화환을 보낸 것에 대해 물어보자 “어! 알지”하며 비교적 또렷하게 말한 뒤 휴식에 들어가 더 이상 말을 붙이기가 어려웠다.

옆 병상에 누워있던 윤개원(78·부산 남구 문현동)씨가 “그제 밤부터 ‘은OO! 은OO!’하며 따님 이름을 계속 부른다”며 “오늘도 10여차례나 따님 이름을 불러 옆에서 보기에 너무 안타깝다. 어르신이 한 달여 전만 해도 보행기에 의지해 혼자 화장실을 다녀올 정도로 정정했은 데 갑자기 기력이 약해지셨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이어 “어르신이 입원하신 지 1년 정도 되셨는 데, 당시엔 여러 사회활동 한 말씀들을 많이 들려주시곤 했다”며 “그 중에서도 지금 50대 이상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 아들 종철이는 물고문을 당해서 억울하게 묵숨을 잃었다’고 하신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애잔한 심경을 드러냈다.

문 총장은 20일 오후 2시 요양병원을 직접 방문, 박씨를 만나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 과거 정부가 잘못한 데 대해 사과하고 위로의 말을 전할 예정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과거사 관련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정기씨 병상 머리맡에 붙어있는 ‘간병대상자 체크리스트’. 지난달까지만 해도 비교적 양호한 건강상태를 보였으나 최근 들어 기력이 급격히 쇠잔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방문에는 박정식 부산고검장과 대검 일부 관계자들이 동행한다.

1984년 서울대 언어학과에 입학한 박 열사는 사회사상연구회라는 서클에 가입, 학생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85년 5월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지원시위에 참가했다가 검거돼 구류 5일을, 6월에는 가리봉동에서 노학연대 투쟁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돼 구류 3일을 살았다.

86년 4월 11일에는 청계피복노조의 합법화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구속돼 86년 7월 15일 출소했다.

이후 학생운동에 계속 참여하던 중 87년 1월 13일 자정 무렵 치안본부(현 경찰청) 대공분실(용산구 남영동) 수사관 6명에 의해 연행됐다.

당시 경찰수사관들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운동권 선배인 박종운씨의 행방을 추궁하며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하던 중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숨졌다.

한편, 군사독재정권 시절인 1987년 1월 14일 발생한 박종철(영화에선 여진구 배우)씨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당해 사망한 사건 등을 소재로 한 영화 ‘1987’이 지난해 개봉돼 관객 400여만명을 끌어 모으며,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6월 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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