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준도, 사후관리도, 책임기관도 없는 '3무(無) 학교 석면대책'

입력 : 2018-03-19 19:40:47 수정 : 2018-03-19 19:40:4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학교 석면제거 ‘말로만’… 잔재물 관리 엉망 / 시민단체, 서울시내 4곳 조사 / 당국 “개학 전 대청소” 발표 불구 덕수·난곡초등학교 등 모두 검출 / 기준·사후관리·책임기관 불분명 / 철거 진행 땐 전보다 노출 우려 커 / 학부모 “문제제기 전과 같아” 지적 기준도, 사후관리도, 책임기관도 없는 ‘3무(無) 학교 석면대책’.

현재 우리나라 학교의 석면 잔재물 관리 현황은 이렇게 정리된다.

불과 3주 전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교육부는 “겨울방학에 석면 철거공사를 한 학교에서 석면 잔재물이 나오지 않도록 개학 전까지 대청소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최근 서울 시내 4개 학교를 조사한 결과 ‘가는 곳마다’ 석면이 검출됐다.
19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학교석면 조사결과 및 안전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예용 소장(오른쪽)과 참석자들이 방진 마스크를 쓴 채 학교 체육관에서 발견된 석면텍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16일 덕수초등교와 난곡초등, 대왕중, 석관고에서 실시한 석면 잔재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4개교의 교실 바닥과 전선, 에어컨 등에서 수거한 총 221개의 시료 가운데 37개(17%)에서 석면이 나왔다.

덕수초등교는 석면 검출률이 26%로 4개교 중 가장 높았는데, 학교 본관은 물론 체육관과 병설유치원에서 석면이 나왔다. 학교 실내체육관 내 비품창고에서는 철거된 석면 텍스(천장 마감재)가 방치돼 있었고, 주위에는 텍스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수많은 학교 현장을 다니면서 원형 그대로의 석면 텍스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바닥에 떨어진) 작은 텍스 조각에도 수십만개의 석면 조각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본관 맨 위층 천장 텍스는 비석면 재질로 알려져 철거 대상이 아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 3% 농도의 백석면 텍스로 확인됐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석면 농도가 1% 이상이면 석면 자재로 분류되는데, 기준의 3배에 이르는 마감재가 천장에 붙어 있는데도 파악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덕수초등교 6학년 학생 학부모 정모씨는 “지난주 목요일(15일)에야 석면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철거공사와 청소 모두 전문업체가 한다고 해서 아이를 믿고 보냈는데, 석면이 날리는 곳에 아이를 보냈다는 사실에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번 석면 검출로 덕수초등교는 개학한 지 약 보름이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임시휴교에 들어간 상태다.

난곡초등교와 대왕중, 석관고도 6∼23%의 석면 검출률을 보였다. 특히 석관고에서는 석면 중에서도 가장 독성이 강한 갈석면이 조각째 발견됐다.

우리나라 전국 2만여 개의 유·초·중·고교 가운데 석면이 쓰인 곳은 1만3000여곳에 이른다. 2027년까지 학교 석면을 모두 제거하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그러나 제거 기준이 유명무실하고 사후 잔재물 관리방법과 책임기관이 불분명하다. 석면철거가 진행되면서 학생은 전보다 더욱 석면 노출을 우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석면 잔재물이 남지 않으려면 1차적으로 철거공사 시 석면이 날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규정대로라면 작업장을 밀폐한 뒤 음압기를 가동해 석면 날림을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겨울방학 기간 81건의 위법사항이 확인됐다. 대부분 작업 기준 미준수(69건)였다.

정부와 각 교육청 등 관련기관은 예산과 인력을 이유로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에 머물고 있다. 최근 갈석면과 청석면이 검출된 인헌초등교의 경우 개학을 다음달로 미루긴 했으나 당초 서울시교육청이 약속한 철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헌초등교 학부모 강모씨는 “시료 샘플도 (정밀한) 전자현미경이 아닌 저렴한 편광현미경으로 분석하고, (천장 내부 시료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마감재 시공을 하려고 한다”며 “석면 문제가 제기되기 전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환경보건시민센터의 발표와 관련, 공기질 측정으로 석면이 검출되지 않은 87개 학교에 긴급예산 14억원을 투입해 공기질 추가 측정과 정밀청소를 한 뒤 석면 전문기관에 잔재물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윤지로·남혜정 기자 korny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