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뉴스+] "배심원 공략하면 성범죄 무죄"…도 넘은 로펌 홍보

입력 : 2018-03-19 19:36:00 수정 : 2018-03-19 22:23:5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미투 운동’ 확산에 사건 수임 장삿속 홍보 논란 / 물증보다 피해자 증언만으로 판단… 성범죄 실형선고율 54% 최저 / 로펌들, 블로그에 승소사례 걸고 “공판 당일 의상까지 조언” 광고 / “신상 노출 등 ‘2차 피해’ 가능성… 성범죄 국민참여재판 제한 필요”
서울의 A법무법인은 지난해부터 자사 블로그에 소속 변호사가 성범죄 사건을 맡아 국민참여재판으로 무죄 선고를 이끌어 낸 판결문을 올려놓고 영업 중이다. 판결문에는 피해자 성씨와 연령, 사건 당시 자세한 정황까지 적시돼 있다. A법무법인은 “국민참여재판을 이용하면 무죄를 이끌어낼 확률이 커진다”고 홍보하고 있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확산 속에 일부 법무법인과 변호사가 장삿속에 국민참여재판을 사건 수임에 활용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한 시민들 마음을 움직여 가해자의 무죄나 감형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홍보하는 식이다.

19일 세계일보가 확인한 B법무법인의 광고 문구에는 “성범죄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을 활용해 배심원을 공략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법인은 피의자가 국민참여재판에 나갈 때 ‘입는 옷 하나, 장신구 하나까지 주도면밀하게 준비해 준다’고 강조한다.

2008∼2016년 성범죄의 국민참여재판 신청 건수는 1161건으로 살인(780건)이나 강도(736건) 등보다 눈에 띄게 많았다.

성범죄 사건은 대부분 가해자와 피해자 두 사람만이 진실을 아는 데다 증거를 확보하기도 쉽지가 않다. 그렇다 보니 일부 변호사 사이에서는 성범죄 사건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면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그릇된 사고가 팽배하다.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깨뜨리면 배심원단 심증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를 보면 헛된 믿음이라고만 볼 수가 없다. 국민참여재판을 처음 시작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죄목별 실형 선고율을 살펴보면 성범죄가 53.8%로 가장 낮다. 강도(62.8%), 상해(71.7%), 살인(81.2%) 등의 실형 선고율과 비교된다. 이 기간 전체 국민참여재판에서 실형 선고율은 63.6%였다.

올해 초 10대 아르바이트생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식당주인 C씨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았다. C씨는 배심원단 7명 중 4명이 검찰 측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처벌을 피했다.

법무법인 윈앤윈 장윤미 변호사는 “성범죄는 확실한 물증이 없어 피해자 증언이 주요 증거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배심원들이 막상 법정에서 가해자와 대면하면 온정주의에 기우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성범죄 가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엄벌을 피하는 것도 문제지만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의 가능성이 크다. 가해자 측은 피해자 진술의 허점을 파고들기 위해 당시 정황을 자세하게 추궁하기 때문이다. 물론 성범죄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 있긴 하나 권고적 조항일 뿐이다.

검찰 출신 김광삼 변호사는 “피해자가 아동이나 장애인이 아니고 유무죄를 치열하게 다투는 사안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도 국민참여재판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도 2016년 “성폭력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배제 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시한 적 있다.

법무법인 평원의 김보람 변호사는 “성범죄를 국민참여재판으로 끌고 가면 피해자 신상이 노출될 우려가 커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윤미 변호사도 “국민참여재판 취지는 좋으나 성범죄의 경우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
  • 블랙핑크 로제 '여신의 볼하트'
  • 루셈블 현진 '강렬한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