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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규제 → ‘로또 아파트’ 양산 → 시장 양극화

입력 : 2018-03-18 20:41:28 수정 : 2018-03-19 00: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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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만 되면 수억원 시세 차익 가능 / ‘개포 8단지’ 등 견본주택 인산인해 / 악재 터진 재건축 단지는 매수세 ‘뚝’ / 다주택자 보유 주택 처분 판도에 영향
회사원인 A(36)씨는 지난 16일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분양가격이 싸 ‘로또’라 불리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자이개포’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그런데 그의 청약가점은 41점에 불과하다. 서울 인기지역 청약 당첨 안정권인 60점대 중후반에 한참 못 미치는 A씨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미계약 물량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실제 지난 1월 경기 과천의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에서 무더기로 부적격·미계약 물량이 나온 사례가 있다.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은 디에이치자이개포처럼 시세 차익을 노린 청약자가 대거 몰렸지만 대출 규제 등으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A씨는 “미계약분에 당첨되면 가족과 지인에게서 현금을 융통하고, 신용대출도 받을 계획”이라며 “중도금 집단대출이 안 된다고 하지만 당장 전용 84㎡ 당첨만 되면 최소 4억원의 공돈이 생기는데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 같은 사람이 몰리면서 이 단지 모델하우스에는 16∼18일 4만명 이상의 예비 청약자가 다녀갔다. 청약 시장 쏠림은 비단 서울 강남권만의 문제도 아니다. 같은 날 견본 주택을 연 과천시 원문동 2번지 ‘과천위버필드’에도 2만6000여명이 방문했다. 이 단지도 전용 84㎡의 경우 주변 시세보다 2억원가량 싼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당첨만 되면 거액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는 ‘로또 아파트’를 양산하면서 아파트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서울의 요지에서 시세보다 싼 새 아파트가 계속 나온다는 데 있다. 18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디에이치개포자이 이후 4월부터 연말까지 서울 강남3구에서만 1020가구의 일반분양 물량이 예정되어 있다. 강남3구는 아니지만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한 마포구 등 다른 지역에서도 신규 분양 물량이 상당하다.

반면 초과이익환수제 등 악재가 터진 서울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매수세가 뚝 끊겼다. 재건축을 포함한 서울 아파트값도 최근까지 5주 연속 상승률 둔화세(부동산114)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올해 주택시장의 판도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가 4월 양도소득세 중과세 시행을 앞두고 보유 주택을 대거 처분하고 있는 것도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들어 17일까지 서울에서 7920건(신고일 기준)의 아파트가 거래됐다. 이는 이미 지난해 같은 달 전체 6658건에 맞먹는 수치다. 앞서 지난 1, 2월에도 각각 작년 1, 2월의 2배가 넘는 9985건과 1만1204건의 아파트가 새 주인에게 넘어갔다.

특히 26일부터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도입이 시범 적용되면 재고 아파트의 ‘거래절벽’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만간 본격화할 종합부동산세 논의도 다주택·고가주택 보유자를 압박해 매매시장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몇 달간 다주택자 급매물이 거의 다 소화된 상태여서 한동안 거래 공백이 지속하면서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새 아파트 청약에는 청약자들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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