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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짓던 신의현,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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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17 15:34:00 수정 : 2018-03-17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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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평창동계패럴림픽대회 9일째인 17일 오후 신의현 선수가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좌식 중거리 7.5㎞ 경기에서 22분28초40을 기록해 금메달을 거머쥔 가운데 태극기를 들고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메달 시상식은 이날 오후 6시56분 평창 메달 플라자에서 열린다. 신의현 선수의 금메달은 평창패럴림픽은 물론 역대 동계패럴림픽대회에서의 첫 번째 금메달이다. 뉴시스
“농사짓던 허릿심으로 금메달을 따겠다”며 자신만만했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노르딕스키의 신의현(37·창성건설) 얘기다. 신의현은 26살의 대학생이던 2006년 대학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잃었다. 그러나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밤농사를 했던 경험을 발휘한 덕분에 장애인 스키 특유의 ‘시트 스키(좌식 스키)’를 타고도 빼어난 균형 감각을 자랑한다. 그는 지난 1월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파라노르딕스키 크로스컨트리 5㎞와 15㎞ 종목 2관왕을 차지하면서 전망을 밝혔다.

한국 선수단의 희망으로 떠오른 신의현은 애초 평창 대회는 꿈도 못 꿨다. 그는 2009년 휠체어농구로 장애인 체육에 입문했지만 나이가 서른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은퇴를 고민했다. 장애인 선수들을 위해 스포츠 행정가나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열고픈 마음도 컸다고 한다. 이에 3년 전부터 정든 선수생활을 접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다.

하지만 평소 절친하게 지낸 정진완(51)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장이 은퇴를 극구 말렸다. 정 원장이 “아직 충분히 선수로 뛸 수 있다. 근지구력이 워낙 좋으니 노르딕스키에 도전해보자”고 손을 내밀었고 신의현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다. 이어 2015년 8월 패럴림픽을 앞두고 창단된 창성건설 노르딕스키팀에 합류한 그는 2016년 3월 핀란드 월드컵에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농사꾼에서 걸출한 장애인 스포츠의 ‘거목’이 되기까지 신의현의 인생사는 다사다난했다. 그러나 신의현은 17일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남자 7.5㎞ 좌식 경기에서 22분 28초 40을 기록해 마침내 자신의 꿈을 이뤘다. 한국 선수가 동계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1992년 알베르빌 동계패럴림픽부터 선수단을 파견했는데, 이전 대회까지 최고 성적은 은메달이었다.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km 좌식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신의현이 시상대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의현은 34명의 출전 선수 중 33번째로 출발했다. 그는 첫 체크 포인트인 0.71㎞ 구간을 2분 13초 0의 기록으로 주파해 미국 다니엘 크노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후 스퍼트를 올렸다. 두 번째 체크 포인트인 2.41㎞ 구간을 7분 11초 90에 끊으며 전체 1위로 나섰다. 2위 우크라이나의 막심 야로비(7분 14초 90)를 3초 차이로 제쳤다. 세 번째 체크 포인트에선 2위와 격차를 더 벌렸다. 그는 9분 36초 70으로 3.25㎞ 구간을 주파했다. 2위 다니엘 크로센을 4.5초 차이로 따돌렸다.

경기 후반부엔 체력 문제로 추격을 허용했다. 4.95㎞ 구간에서 6.1초 차이로 벌렸지만 5.67㎞에서 다니엘 크로센과 격차가 2.6초 차이로 좁혀졌다. 그러나 신의현은 개의치 않고 필사적으로 레이스를 펼쳤다. 온 힘을 다해 막판 스퍼트를 펼친 끝에 22분 28초 40의 기록으로 그토록 갈망했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를 일으켜 세운 건 가족이었다.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아버지 신만균 씨, 아들의 하지 절단 동의서에 이름을 적는 순간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강한 엄마 이회갑 씨, 베트남에서 시집와 남편의 도전에 가장 큰 힘을 불어넣은 아내 김희선 씨, 그리고 딸 은겸양과 아들 병철 군을 바라보며 신의현은 희망을 찾았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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