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결혼에 골인했고 이듬해 남자는 스노보드 국가대표가 됐다. 아내는 그저 팔자려니 묵묵히 응원했는데 이제는 꿈도 못 꿨던 평창에서 남편을 응원하며 펄쩍펄쩍 뛴다. 남편의 얼굴이 그려진 플래카드와 자신의 얼굴을 새긴 금메달을 목에 건 채로다. 쟁쟁한 선수들이 별렀던 패럴림픽에서 ‘초짜’의 성적이 좋을 리 없다. 그럴 때마다 풀죽은 모습으로 경기장을 나오는 남편에게 아내는 손수 만든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이 금메달 속 그림은 나야. 넌 금메달을 가졌다는 뜻이고 넌 나의 금메달이라는 뜻이야”라며 와락 안아준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메달 없이도 ‘다 가진 부부’ 박항승(31)과 아내 권주리(32)씨 얘기다.
가족들의 열띤 응원 속에 경기에 나선 이도연(바이애슬론 여자 12.5km), 신의현(바이애슬론 남자 15㎞ 좌식), 박항승(스노보드 뱅크드슬라롬 상지장애·왼쪽부터)가 16일 슬로프를 질주하고 있다. 평창·정선=연합뉴스 |
‘철의 여인’이자 세 딸의 엄마인 이도연(47)은 같은 장소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여자 12.5㎞ 좌식 경기서 1시간2분27초3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순위는 11위지만 이 경기까지 5경기 연속 ‘완주’를 해내며 “엄마가 패럴림픽에서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그의 딸 설유선(25), 유준(23), 유휘(21)씨는 엄마의 만류에도 한달음에 평창으로 달려와 든든한 응원군을 자처하고 있다. 장녀인 유선씨는 “엄마가 경기 도중 넘어지는 일이 많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애써 웃으며 말하는 목소리에 속상한 마음이 묻어나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평창=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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