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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보다 빛난 선수들 열정…그보다 더 빛나는 가족들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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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16 18:26:08 수정 : 2018-03-16 22: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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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패럴림픽 ‘3인3색’ 도전기 주위에선 깨가 쏟아지는 ‘천상 커플’이라고 했다. 연극배우 출신의 미녀와 4살 때 8톤 트럭에 치여 오른 팔과 다리가 없지만 안 해본 운동이 없는 ‘스포츠 맨’의 연애는 순탄했다. 2011년 지인의 소개로 만난 뒤 장애의 벽을 넘어 사랑을 키웠다. 그런데 의족을 차고도 스노보드를 곧잘 타던 남자가 결혼을 앞두고 “평창 패럴림픽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여자는 대번에 “제 정신이 맞느냐”라고 쏘아붙였지만 상대방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2015년 결혼에 골인했고 이듬해 남자는 스노보드 국가대표가 됐다. 아내는 그저 팔자려니 묵묵히 응원했는데 이제는 꿈도 못 꿨던 평창에서 남편을 응원하며 펄쩍펄쩍 뛴다. 남편의 얼굴이 그려진 플래카드와 자신의 얼굴을 새긴 금메달을 목에 건 채로다. 쟁쟁한 선수들이 별렀던 패럴림픽에서 ‘초짜’의 성적이 좋을 리 없다. 그럴 때마다 풀죽은 모습으로 경기장을 나오는 남편에게 아내는 손수 만든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이 금메달 속 그림은 나야. 넌 금메달을 가졌다는 뜻이고 넌 나의 금메달이라는 뜻이야”라며 와락 안아준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메달 없이도 ‘다 가진 부부’ 박항승(31)과 아내 권주리(32)씨 얘기다.

가족들의 열띤 응원 속에 경기에 나선 이도연(바이애슬론 여자 12.5km), 신의현(바이애슬론 남자 15㎞ 좌식), 박항승(스노보드 뱅크드슬라롬 상지장애·왼쪽부터)가 16일 슬로프를 질주하고 있다.
평창·정선=연합뉴스
메달보다 뜻 깊은 감동을 선물하는 모습이 막바지로 치닫는 패럴림픽을 빛내고 있다. 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38·창성건설)은 이날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치른 바이애슬론 남자 15㎞ 좌식 경기서 49분20초70로 5위를 기록했다. 초반부터 선두로 나서면 의욕을 불태웠지만 5.9㎞ 사격 구간에서 2발을 오발해 2분의 기록이 추가되며 순위가 미끄러졌다. 하지만 자신을 응원하는 가족 덕분에 신의현은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었다. 앞이 점차 보이지 않는 희귀병에 걸린 아버지 신만균씨를 비롯해 어머니 이회갑씨, 아내 김희선씨는 신의현을 향해 연방 손을 흔들었다. 무엇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은겸(12)양과 아들 병철(9)군이 “아빠 잘생겼다. 아빠 최고!”라며 반기자 아쉬웠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이들의 성원에 힘입어 신의현은 17일 크로스컨트리 남자 중거리 7.5㎞ 좌식에서 메달 사냥에 도전한다.

‘철의 여인’이자 세 딸의 엄마인 이도연(47)은 같은 장소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여자 12.5㎞ 좌식 경기서 1시간2분27초3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순위는 11위지만 이 경기까지 5경기 연속 ‘완주’를 해내며 “엄마가 패럴림픽에서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그의 딸 설유선(25), 유준(23), 유휘(21)씨는 엄마의 만류에도 한달음에 평창으로 달려와 든든한 응원군을 자처하고 있다. 장녀인 유선씨는 “엄마가 경기 도중 넘어지는 일이 많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애써 웃으며 말하는 목소리에 속상한 마음이 묻어나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평창=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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