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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문화 확산을 국가 시책으로 밀어붙인 정치 지도자가 있다.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이다. 그는 ‘번영’을 독특하게 정의했다. “집집마다 ‘페이거(날아가는 비둘기)’가 한 대씩 있는 것이 번영”이라고. 여기서, 페이거는 중국 토종 자전거 모델이다.

덩샤오핑 집권 이전, 페이거는 아무나 타는 탈것이 아니었다. 자전거를 사거나 타려면 공산당 허가가 필요했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두 달치 봉급에 맞먹었다. 예약은 언제나 밀려 있어 적어도 3년을 기다려야 했다. 페이거는 단순한 탈것을 넘어 힘 있고 돈 많음을 과시하는 신분증이었던 셈이다. 덩샤오핑 시대의 젊은 여성들은 페이거를 살 형편이 안 되는 신랑감을 퇴짜놓기 일쑤였다고 한다.

자전거 인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48년에 나온 이탈리아 명작 영화 ‘자전거 도둑’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족 생계가 걸린 자전거를 분실한 주인공 안토니오는 절도범으로 추정되는 청년을 찾아낸 뒤 “저놈의 목을 분질러 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경찰관이 그러면 체포된다고 경고하자 안토니오는 즉각 반발한다. “내게 자전거가 무엇을 뜻하는지 안다면 그런 얘기는 못할 것”이라고.

자전거 문화는 예전 같지 않다. 자동차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한다. 고유의 매력이 워낙 커서일 것이다. 요즘 만성 교통 혼잡에 시달리는 지구촌 대도시들에선 공공자전거 제도까지 뿌리내리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벨리브’(자전거+자유)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더하다. 세계적 공유자전거 업체들이 시장 지분을 놓고 치열히 경쟁 중이다.

국내 자전거 인구도 적지 않다. 1300만명에 달한다는 추정치가 있다. 이들이 반길 소식이 있다. 다음달 8일부터 서울 종로에 자전거 전용차로가 생긴다고 한다. 지난해 말 개통된 종로 중앙버스전용차로와 거의 같은 구간(2.6㎞)을 달리는 전용차로다.

눈길을 더하는 대목도 있다. 새 전용차로가 동대문 방면 편도 1차로라는 점이다. 전용차로 설치를 요구하는 동호인들과 상인 피해를 호소하는 지역 사이에서 서울시가 절충을 꾀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다. 좀 변칙적이고 무책임한 절충이다. 부작용이나 후환이 없을지 두고 볼 일이다.

이승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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