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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미세먼지 문제, 기·승·전·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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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15 23:37:30 수정 : 2018-03-15 23: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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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해라! 중국한테 찍소리 못하는 게 자랑이냐!’

‘너희 가족들 중국발 미세먼지 몰려올 때 광화문 나와서 먼지나 실컷 마셔라.’

‘중국 눈치 보느라 애쓴다.’

예상했던 댓글이지만 당혹감은 어쩔 수 없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반드시 중국발 때문은 아니라는 기사가 문제였다.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 1월 중순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국립환경과학원이 분석했더니 첫날에는 국외 요인이 컸지만 이튿날부터는 국내 배출량이 더 컸더라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배출량 통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있었다. 얼마 전 만난 장영기 수원대 교수는 “국내 배출량 통계가 학점으로 따지면 B 정도는 되지만, 몇몇 과목이 과락이라는 게 문제”라고 했다. 장 교수는 배출원 분석 전문가다. 환경과학원 분석이 ‘말도 안 된다’는 네티즌의 반응도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일치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이후의 결론은 정반대다.

‘과락’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미세먼지 배출원은 쓰레기 연소나 각종 날림먼지 같은 것들이다. 만일 이런 부분까지 통계에 정확히 잡힌다면 국내 배출량의 비중은 더 올라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댓글 여론은 ‘국내 통계는 어차피 믿을 게 못 되니 중국발 미세먼지나 좀 어떻게 하라’는 것이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지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기-승-전-중국’으로 요약된다. 이런 반응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한 심리전문가에게 이메일을 보내 물어봤다.

그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는 용어를 꺼냈다. 인간은 진화심리학적으로 볼 때 정신적 에너지를 아껴두고자 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래밍된 존재라는 것이다.

국내외 원인을 따져 정부 발표의 사실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는 중국 탓을 하는 편이 훨씬 편하다. 이런 문제에 정신적 에너지를 아껴야 본인이 맡고 있는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더구나 평균적으로 보면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에서 중국발이 원인일 때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기-승-전-중국’은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이라는 설명이었다.

윤지로 사회부 차장
실은 기자도 미세먼지 기사를 쓰는 입장이 아니었다면 ‘이게 다 중국 때문이다’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런 반응이 못내 아쉬운 이유는 모든 걸 중국 탓으로 돌리면 우리가 노력할 부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중국발 미세먼지나 해결하라는 통에 어디 가서 뭔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라면 여론의 인지적 구두쇠 성향을 강화시킨 장본인이 정부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난 5년간 발표된 미세먼지 보도자료를 보면 중국발 미세먼지에 관한 내용이 복사해 붙여넣은 듯 똑같다. 중국과 정보를 공유하고 환경협력을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정보를 나누면 뭐가 달라지는지, 왜 연구만 하고 결과는 공개가 안 되는지, 베이징 미세먼지는 왜 개선됐으며, 중국 공장은 정말 산둥반도로 이전된 것인지에 대한 속시원한 설명이다. 정보가 부족하면 인지적 구두쇠에서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가 없다.

윤지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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