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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시평] 대한민국 대통령 오욕의 역사 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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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15 23:35:49 수정 : 2018-03-15 23: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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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심각 / 획기적인 권력구조 개편 필요 / 국회·언론·시민 감시기능 강화 / 지도자 도덕성도 엄중 살펴야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뇌물수수, 횡령·배임, 직권남용 등 20여개의 혐의를 받고 검찰에 소환돼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대통령 오욕(汚辱)의 역사를 또다시 목격한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 세계에 이런 대통령 잔혹사를 경험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MB는 검찰청에 들어가며 “역사에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 잔혹사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담대하고 획기적인 대통령 권력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선거에 의해 평화적으로 정권이 세 번 교체될 정도로 절차적 민주주의는 달성했지만 ‘결함 있는 민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핵심 이유는 법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인치(人治)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을 기초한 건국의 아버지들은 새로운 정부 형태로 대통령제를 채택했다. 그런데 이들은 최초의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예측불가능하며 심지어 사악하다고 믿었다. 이런 속성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됐을 때 권력을 사유화하고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을 집중 연구했다. 그들은 대통령제가 성공하기 위한 제일의 원칙으로 ‘견제와 균형’을 채택했다. 이런 맥락에서 의회가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입법권을 독점하며, 감사원을 의회에 두고, 대통령이 임명한 모든 고위직 인사에 대해 의회에서 표결하도록 했다. 더불어 지방정부가 연방정부에 예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하도록 했다. 즉 입법, 예산, 인사, 지방 분권을 통해 대통령의 권력을 이중삼중으로 견제하도록 했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정부가 예산 편성권과 법안 제출권을 갖고 있고, 감사원은 정부에 예속돼 있다. 대통령이 권력 폭주를 막을 검찰, 국세청, 감사원 등 권력 기관 수장에 대한 인사권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 한마디로 예산권, 검찰권, 인사권을 장악한 대통령은 형식적인 견제만 있을 뿐 왕처럼 권력을 행사한다.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그런데 정부가 제출한 개헌안 초안에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줄이기 위한 대통령 권한 축소 방안이 아주 미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불행한 대통령으로 가는 길이며 실패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국회, 언론, 시민단체의 권력 감시 기능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 미국 의회는 청문회로 시작해 청문회로 끝나듯 권력 남용에 대한 조사 청문회가 활발하게 개최된다. 우리 국회도 대통령 권력 남용과 연계된 사안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청문회와 국정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대통령의 권력 폭주를 예방하고 제어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장치다. 단언컨대, 여야가 함께 대통령을 견제해야 건강한 정부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 내각제식으로 운용되기에 집권 여당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무조건 정부를 옹호하는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한 지 오래다. 국회와 여당 못지않게 언론은 죽은 권력보다는 살아 있는 권력을 더욱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 또한 시민단체가 권력화돼 친정부로 활동하는 것은 스스로 존재 이유를 거부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권력자들이 쉽게 권력에 도취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통치자의 인식과 자질에도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제도와 구조를 바꾸어도 대통령의 공인 인식과 도덕성이 약하면 백약이 무효다. 다산 정약용은 공직자의 기본 윤리로 공(公)과 염(廉)을 주장했다. 특히, ‘재물에 청렴하고 여색(女色)에 청렴하고 직위에 청렴하라’고 했다.

대통령 오욕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무소불위 권력을 실질적으로 분산시키는 것 못지않게 국민을 무시하고 자기 수양이 덜 된 사람은 통치자가 될 수 없도록 국민과 언론이 늘 깨어 있어야 한다. 무엇이 우리 사회에 권력 남용과 도덕적 해이를 지속하게 하는지를 깊이 성찰해 더 이상 부끄러운 오욕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 실효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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