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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의일상의경제학] 잘못 만든 규칙은 호랑이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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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15 23:35:13 수정 : 2018-03-15 23: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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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장려 위한 인센티브 되레 부작용 / 본래 취지 무색… 사회에 해 끼칠 수도
많은 독자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라는 논어의 글귀를 알고 있을 것이다. 가족이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해 슬퍼하는 가족에게 왜 다른 마을로 이사하지 않는지 공자가 묻자 그 가족이 이 고을은 호랑이가 나오기는 하지만 고을 원님이 청렴해서 살기 좋기에 이사 가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한 이야기이다.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이 인센티브(incentive)이다. 돈과 이익을 좇는 인간의 속성을 이용해 사람들이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드는 것이 인센티브인데, 잘못 만든 인센티브가 때로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미국 볼티모어시에서는 한때 경찰관들에게 범인을 열심히 쫓을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매달 체포한 범인의 숫자에 따라 포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제도를 시행하자마자 매달 체포율 1위를 도맡아 차지하는 경찰관이 있었다고 한다. 이 경찰관은 거의 매일 범인을 체포해 체포왕이 됐는데, 그 뒤에는 어처구니없는 사연이 있었다. 이 경찰관은 지나가는 자전거만 보면 세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고 한다. 당연히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법규 위반이었다고 한다. 이런 방법으로 엄청난 수의 범인 아닌 범인을 체포했던 것이다. 살인범을 잡아도 체포 한 건이고, 신분증 미소지자를 잡아도 체포 한 건이다 보니 위험하게 살인범을 쫓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체포율은 엄청나게 올랐지만 살인과 강도는 오히려 늘어났고, 경찰서장은 해임됐다고 한다.

다른 사례도 있다. 미국의 한 지역의 종교단체가 자기 교파 목사들이 신도 영입에 더 많은 노력을 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신도의 수에 따라 해당 교회 목사의 연봉을 올려주는 제도를 시행했다고 한다. 교파의 입장에서는 이런 인센티브를 통해 더욱 많은 신도를 영입해 교파의 세력을 확장하려고 한 것이었으나 그 결과는 예상외였다. 목사들은 당연히 자기가 근무하는 교회의 신도 숫자를 늘리기 위해 고민했는데, 문제는 다른 교파의 신도를 영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이웃 마을의 같은 교파 교회에 다니는 신도를 영입하는 것은 쉬웠다. 이에 다른 교파로부터의 신도 영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같은 교파에 속한 교회끼리 신도를 빼앗아가려고 싸움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밖에 상당히 부유했던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인데, 이 사람의 중학생 외아들이 갑자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놀기만 해 혼을 내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부자라 공부를 안 해도 나는 잘살 수 있는데 공부해서 뭐하나요?” 이 말에 너무 화가 난 아버지가 재산을 한 푼도 물려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다. 그 효과인지 몰라도 이 아들은 다시 공부를 시작했는데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아들이 비싼 모범택시를 불러서 학교에 등하교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버지가 중학생이 이런 낭비를 하면 어쩌느냐고 혼내자 그 아들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어차피 물려받지도 못할 아버지 돈인데 실컷 써보기나 하려고요.”

인센티브가 없다면 인간은 노력하지 않는다. 하지만 잘못된 인센티브가 작용하도록 만들어진 규칙은 인간을 엉뚱한 방향으로 노력하게 한다.

한순구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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