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할머니와 둘이 사는 이 소년이 경찰서 취조실에 갇혀 형사에게 쏟아내는 외침이다. 안보윤(사진) 두 번째 소설집 ‘소년7의 고백’(문학동네)의 표제작 서두인데 이 단편에서 소년은 성폭행이 무엇인지, 그것이 진짜 범죄인지 채 의식하지 못한다. 이 소년은 정신 장애가 있는 ‘미주 누나’의 가슴을 또래들과 함께 ‘장난’으로 만졌다. 그 아이는 형사에게 항변한다. “제가 한 게 성폭행이에요? 누나 가슴 만진 게요? 저 진짜, 진짜 잠깐, 아니 막 엄청 그런 것도 아니고 장난이었는데… 아, 어떻게… 그럼 전 어떻게 해요, 감옥 가서 평생… 할머니가 그런 놈들은 인간쓰레기라고 그랬는데… 전 몰랐어요. 진짜 몰랐어요. 궁금해서, 할머니 가슴이랑 뭐가 다른지 궁금해서, 커다랗고 푹신푹신해 보이니까 기분 좋을 것 같아서 그랬던 거뿐이에요. 형들도 가끔 그러니까 해도 되는 건 줄 알았어요.”
‘세계의 그늘에 가려진 사회적 약자와 일상화된 불의에 무감해진 현대인의 삶을 예민하고 집요하게 포착해온 작가’라는 평을 듣는, 2005년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안보윤의 이번 소설집에는 이밖에도 ‘포스트잇’ ‘불행한 사람들’ ‘일그러진 남자’ ‘여진’ ‘이형의 계절’ ‘때로는 아무것도’ ‘순환의 법칙’ ‘어느 연극배우의 고백’ 등 모두 9편이 실렸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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