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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과잉의료 부추기는 '좀비 병원'…건보 재정낭비 악순환

입력 : 2018-03-13 18:37:33 수정 : 2018-03-13 19: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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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보건의료 실태조사 / 韓 병상 수 OECD 평균의 3배 / 전문가 “병원 허가기준 높여야”

국민 의료비 부담을 높이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의료기관의 ‘병상 수’다. 각 병원이 영업이익 창출을 위해 입원환자를 늘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곳을 ‘좀비 병원’이라 부른다. 좀비 병원이 많아지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이 늘고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커진다. 정작 필요한 곳에 건보 혜택을 줄 수 없게 된다.

또한 병상과 입원환자가 많을수록 의료인력을 확충해야 하지만, 무리하게 입원환자를 늘린 병원일수록 법정기준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의료인력 부족은 지난 1월 192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처럼 의료의 질 저하와 환자 안전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

전문가들은 “과잉공급된 병상은 국민 의료비 부담과 사회보험 재정 낭비, 환자 안전 문제를 일으키는 악순환의 근원인데도 그간 정부는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1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2016년 보건의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3병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4.7병상보다 3배가량 많았다.

병상 수는 지난 5년간 연평균 3.8%씩 늘었다. 인구 10만명당 입원환자 수도 2만6000명으로 OECD 평균(1만6000명)보다 훨씬 많았다. 이 수치대로라면 우리나라 국민은 OECD 국가 국민에 비해 유독 아프고, 한 번 아프면 입원할 정도로 크게 병을 앓는 셈이다.

정부도 이 문제의 큰 원인을 ‘병상 수’로 진단했지만 병상 수 관리계획과 관련 규제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지역별 적정 병상 수에 대한 연구 결과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학계에서는 “6·25 전쟁 이후 국가에서 보건·의료를 챙기지 못한 사이 민간을 중심으로 시설이 구축됐고, 이로 인해 정부에서 의료계 눈치를 많이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민간 시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병상 수 관리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의료법을 개정해 병상 수를 규제할 경우 이미 적정 병상 수가 다 차 있는 특정 도시에는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올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며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좀비 병원 퇴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급병원일수록 입원환자의 재원일수가 짧고 병상 이용률이 높지만, 규모가 작은 병원은 재원일수가 길고 병상이용률은 낮은 실정이다.

정부는 현재 법적으로 막혀 있는 병원 간 인수합병(M&A)을 좀비 병원 퇴출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학계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의료기관의 유형을 다시 정립하고 좀비 병원이 생기지 않도록 새로 진입하는 병원의 설립·허가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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