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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완 총감독이 ‘철인’에 보내는 당부/바이애슬론 男 12.5㎞ 좌식 경기/ 초반 선두 달리다 사격에 발목 ‘5위’/ 남은 경기 ‘오발 페널티’ 승부 관건/“고글 미리 벗고 착시 대비해야”
신의현이 13일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12.5㎞ 좌식 경기에서 사격장 표적을 바라보고 있다. 신의현은 이날 사격에서 7발을 놓치며 아쉽게 5위를 기록했다.
평창=연합뉴스
연습할 곳이 없어 서울 구의동 장애인 소아마비회관 지하에서 과녁을 그려놓고 시뮬레이션 훈련을 했다. 감독이 없어 선수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자세를 교정했다. 여름에는 습기가 차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났고, 겨울에는 난방이 안 돼 손이 얼었다.

이런 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공기소총 10m 입사에서 당시 세계신기록(697.1점)을 세우며 꿈에 그리던 금메달리스트가 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단잠을 청한 그는 쓸 수 없게 된 두 다리를 누군가 어루만지는 느낌에 벌떡 일어났다. “운동을 하면 굶고 산다”며 아들을 다그쳤던 아버지가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미안하다며 오열하고 있었다. 그제야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된 아들은 “패럴림픽 메달이 부자(父子)의 연을 다시 맺어줬다”며 손을 맞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정진완(53) 총감독의 이야기다.

정진완 총감독(왼쪽)과 신의현이 13일 평창선수촌 선수식당에서 남은 경기에서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메달의 소중함을 잘 알기 때문에 정 총감독은 자신이 발굴해낸 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38·창성건설)의 매 경기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패럴림픽 직전 국제대회를 제패하면서 다관왕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신의현은 13일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바이애슬론(사격+크로스컨트리) 12.5㎞ 좌식 경기서 50분01초9의 기록으로 17명 중 5위에 올랐다. 초반 2.37㎞까지 1위를 질주했지만, 사격이 발목을 잡았다.

신의현은 첫 번째 사격에선 1~4발까지 모두 명중시켰지만, 마지막 한 발을 오발하면서 페널티(주행거리 100m 추가)를 받아 5위로 처졌다. 두 번째 사격에서도 5발 중 무려 4발을 날리는 등 총 20개의 과녁 중 7개를 놓쳐 700m를 더 뛰었다. 사격에서 ‘만점’을 쏘며 금메달을 딴 타라스 라드(우크라이나)와 비교하면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경기 뒤 신의현은 “사격이 계속 빗나가자 파란 하늘이 노랗게 변하더라. 영점을 잡을 때와 실전에서 총을 쏠 때의 느낌이 달라 당황했다”고 설명했다.

신의현에게는 좌식 3경기가 남아 있다. 지난 11일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냈지만 아직 메달이 고프다. 더구나 오는 16일 열리는 남자 15㎞ 좌식 경기가 바이애슬론 마지막 경기라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12.5㎞ 좌식 경기에서 한국 신의현이 질주하고 있다. 뉴시스
사격에 일가견이 있는 정 총감독은 이날 평창선수촌에서 신의현을 만나 의기투합했다. 정 총감독은 “순위권에 오른 선수들을 보니 사격 지점 20~30m 전부터 선글라스를 미리 벗더라. 네가 끼는 안경이 붉은색인데 일찌감치 벗지 않으면 착시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최대한 사격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특히 첫 발을 날리면 이후에도 실수할 확률이 높다. 무조건 첫 발을 잡아야 한다. 사격에 신중하다 보면 2~3초를 더 쓰지만, 오발 페널티로 100m를 더 뛰면 20~30초를 날린다”며 신의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애초 신의현은 2009년 휠체어농구로 장애인 체육에 입문했지만 나이가 서른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은퇴를 고민했다. 그러나 4년 전 평소 가깝게 지낸 정 총감독의 권유로 노르딕스키를 시작해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의 최고 ‘스타’로 발돋움했다. ‘사격 전문’ 정 총감독의 집중 코치를 받은 신의현이 남은 경기서 명사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휠체어컬링은 핀란드와의 예선 6차전에서 11-3, 스위스와의 7차전에서 6-5로 이겨 6승1패로 선두를 질주하며 4강행에 바짝 다가섰다. 특히 스위스전에선 4엔드 중반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방문해 관중과 함께 열띤 응원전을 펼쳐 힘을 보탰다.

평창=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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