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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북핵 게임 얼마나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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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13 00:43:40 수정 : 2018-03-13 00: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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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요구하고
한·미동맹이 비핵화 변수 되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싸움은 절실한 쪽이 이기는 법
김정은 위원장에게 의문의 일격을 당했다. 한국의 방북특사단에게 남북정상회담과 ‘미국과의 비핵화 협의’ 등이 망라된 종합선물세트를 안겨주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안성맞춤 선물이 담긴 특별메시지를 보냈다. ‘화염과 분노’를 경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덥석 받고 “세계를 위해 가장 위대한 타결을 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버선발로 뛰어나오게 하고, 남북정상회담과 상상속에서만 가능했던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김 위원장의 승부수가 놀랍다.

비핵화의 진정성은 여전히 미심쩍다. 집권 6년여간 ‘핵무력 완성’만 보고 줄달음치다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다”고 큰소리치던 김 위원장이 하루아침에 “비핵화 문제 협의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니다. 김 위원장이 북핵 담판장으로 가는 길에 호기롭게 놓은 다리가 출렁다리인지 철근 콘크리트 다리인지 두들겨보지 않을 수 없다.

김기홍 논설위원
지난 북핵 협상 경험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제4차 6자회담 9·19 성명을 통해 두 번씩이나 북한의 핵 포기와 북·미 관계 개선을 약속했다가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휴지조각이 됐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고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북·미 관계 정상화’가 과연 실화(實話)가 될지는 의심스럽다.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면 과거를 되풀이하고, 미래를 알고 싶거든 과거를 보라고 한다. 과거에서 배우고 미래를 개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게 손바닥을 뒤집는 일과 같았다면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고 문명과 제국의 흥망성쇠가 되풀이되지 않았을 것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하게 될 테이블은 항복문서에 서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주어야 하는 협상장이다. 북한이 원하는 대로, 미국이 하고 싶은 대로 해서는 접점을 찾기 어렵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면서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고 밝힌 것은 치킨게임이 아니라 윈윈게임을 원한다는 뜻일 것이다. ‘완전한 핵폐기 후 북 체제 안전 보장’이 우리가 바라는 가장 안전한 협상이지만 북한이 원하는 바는 아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합의 파기 위협에 “우리는 (핵합의가 성사돼)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지만 새로운 다리를 더 많이 지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다리를 불사를 생각이 없고 언제든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다리를 여러 개 준비해 놓고 있다.

북·미 담판이 ‘지상 최대의 외교 쇼’가 아니라 ‘사상 최대의 빅딜’로 나아가려면 단계별 이행 로드맵이 담긴 북핵 청사진을 다듬어야 한다. 그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다.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한 트럼프 대통령이 불안하긴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서 보듯 의외로 간단하게 풀릴 수도 있다. ‘협상의 달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협상 스타일은 심플하고 직선적이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은 북·미 협상의 중개자이자 당사자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대북제재 해제를 비롯해 정전협정 대체, 북·미 평화협정과 수교, 천문학적인 경제적 지원 등을 요구할 수 있다. 한·미동맹의 근간인 한·미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등을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이 방북특사단에게 연기된 한·미연합훈련을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처럼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서도 계속 “이해한다”고 말해주기를 기대할 수 없다. 서훈 국정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은 우리가 북한에 양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안보와 경제의 근간인 한·미동맹을 희생할 수 없다는 의지 표현이지만 한·미동맹이 비핵화의 변수로 작용하는 국면이 오지 말란 법이 없다. 그때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북·미 담판은 우리에게 도전이자 기회이다. 북한이 모든 것을 건다면 우리도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싸움은 절실한 쪽이 이기는 법이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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