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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한반도에서 벌어진 신의 한 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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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12 21:01:29 수정 : 2018-03-12 2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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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은 또 다른 신의 한 수
정치·문화계 넘어 대학가로 확산
가장 취약한 대중예술계 전전긍긍
이제 새로운 종교와 철학 필요
우리는 전쟁의 승패나 생사고비에서 기사회생(起死回生)하거나 대반전을 이루는 것을 두고 ‘신(神)의 한 수’라고 흔히 말한다. 바둑의 대국에서 즐겨 쓰는 이 말은 이제 일반화되었다. 근현대사에서 한반도는 ‘신의 한 수’ 자리에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엔의 창설과 대한민국의 건국(1948년)은 확실히 신의 한 수였다. 소련의 사주에 의한 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의 생명이 연장된 것은 유엔과 미국 덕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이 탄생하지 않았으면 공산종주국 소련이 과연 사라질 수 있었을까? 반문하게 된다. 인기작가 김진명의 소설 ‘예언(prediction)’은 소련의 멸망을 예언하고, 자신의 예언을 스스로 증명해보인 문선명 총재의 용의주도한 지휘와 활약상을 잘 그리고 있다. 섭리사로 보면 세계 최대 제국 소련은 작은 한반도를 먹으려다가 결국 망하고 말았던 셈이다. 

박정진 평화연구소장 문화평론가
미국도 공산좌파들의 준동에 휘청거린 적이 있었다. 인권을 내세우던 민주당의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이 그랬다. 진짜인권(기독교인권)이 가짜인권(사회주의 인간주의)에 속은 것이다. 카터는 이상하게도 친북적이었다. 미국에서는 보통 커다란 실책이 없는 한 현직 대통령을 재선시키는 게 관례였는데 카터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투표당일 ‘뉴스월드’지가 보도한 ‘레이건(Reagan landslide) 후보 압도적인 승리’ 기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차가 있는 미국에서 기왕에 당선될 후보를 찍고자 하는 심리를 이용해서 그에게 투표하게 했던 것이다. 이것도 신의 한 수였다.

뉴스월드의 후신인 ‘워싱턴타임스’는 레이건 정부가 소련공산주의와 싸우는 데 앞장섰다. 레이건은 퇴임 시에 “매일 아침 워싱턴타임스를 읽고 ‘전략방위구상’(SDI)에 힘을 얻었다”고 실토했다. 워싱턴타임스는 미국 내 여론을 주도하여 ‘별들의 전쟁’이라는 전략방위구상을 강행하게 함으로써 경제난에 빠진 소련을 군비경쟁에서 항복하게 했다. 이는 소련의 붕괴로 이어졌다. 문 총재는 소련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었으며,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설득하였으며, 오늘의 세계판도를 결정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 총재는 1970년대 일본에서 좌파들이 욱일승천할 때 반공투쟁으로 일본을 구했고, 70∼80년대 좌파에 둘러싸인 미국을 구했다. 문 총재는 북한 방문 시에도 김일성의 면전에서 “주체사상은 남북의 통일사상이 될 수 없다. 통일조국은 ‘하나님주의(Godism)’ 사상으로만이 가능하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당시 박보희 본지 사장을 비롯한 수행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가장 최근의 신의 한 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그의 ‘북한경제봉쇄정책’인 것 같다. 북한을 경제적으로 강하게 압박함으로써 통치자금의 고갈 등을 통해 김정은을 협상테이블에 나오게 할 수도 있고, 북한 자체의 갈등과 혼란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한국의 대북특사를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미 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국과 미국의 내용과 많은 차이가 있어 앞으로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쁘지 않다. 이미 경제봉쇄로 ‘천천히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아무리 공작과 술수와 꼼수를 써도 넘을 수 없는 것이 역사의 도도한 물결이다. 왕조전체주의로 백성을 감시와 기아로 옥죄고 있는 북한이 자신보다 20∼30배 국력의 자유대한민국을 먹겠다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망발이다.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인권과 시장경제를 무시하고, 핵과 미사일로 미국 및 세계와 싸우겠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전쟁을 불사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을 하지 않고도 북한을 이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또 다른 신의 한 수가 진행 중이다. ‘미투(Me Too)운동’이 그것이다. ‘나도 (성폭행·성추행·성희롱) 당했다’는 의미의 ‘미투 운동’은 정치권과 대중예술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현직에서 물러났으며,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존경을 받던 좌파예술인인 고은, 이윤택, 오태석씨도 교과서에서 삭제된다고 한다.

미투운동은 2017년 10월 미국에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과 성희롱을 비난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미투’를 달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여성에겐 왜 ‘폭로’가 ‘용감함’이 될까. 자본주의·사회주의 할 것 없이 모두 ‘색(色)’에 걸려든 셈이다.

유독 국내 좌파진영에서 미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점은 주목된다. 사회주의운동사를 보면 민중운동과 여성운동은 함께 진행되었다. 부르주아에 대한 프롤레타리아의 입장은 남성에 대한 여성의 입장과 같기 때문이다. 전체주의적 성향의 좌파운동권은 성적인 것까지도 운동의 도구로 삼는다. 미투운동은 이러한 좌파내부의 거짓과 위선을 폭로하고 있다.

한국의 미투운동은 정치·종교계를 넘어 대학 교수와 학생 사이로 번지고 있다. 미투운동에 가장 취약한 대중예술계는 전전긍긍이다. 여성시대를 앞두고 가부장-국가사회의 권력과 성의 거짓과 위선이 지구촌을 들끓게 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새로운 종교와 철학을 요구하고 있다. 신의 한 수가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세계의 운명이 갈릴지도 모른다.

박정진 평화연구소장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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