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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학개론] (1) 결혼할까요? 혼자 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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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10 13:00:00 수정 : 2018-05-04 17: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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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한혜진(왼쪽)과 전현무 커플. '나 혼자 산다' 캡처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전현무·한혜진 커플의 연애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끌시끌하다. 두 사람의 나이 때문인지 벌써부터 결혼하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비혼 및 미혼 인구가 많다고 하지만 여전히 결혼하는 이들이 더 많다. 3월에도 어김없이 책상 위에는 몇개의 청첩장이 가지런히 놓여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후배들이나 아는 동생들 중 결혼을 두고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결혼 꼭 해야 해요?”

“어떤 남자랑 결혼해야 해요?”

“몇살쯤 결혼하면 좋을까요?”

“결혼 상대인지 어떻게 알아요?”

결혼, 그 녀석 참 오묘하고, 특이하다. 하려고 하면 골치부터 아프고, 안 하자고 하면 주변에서 가만두지 않는다. 일단 부모님의 성화가 장난 아니다. 내 주위에서도 이번 설에 결혼 때문에 집에 가지 않은 이들이 꽤 있다. 부모님의 눈에는 결혼하지 않는 자식이 흡사 ‘범죄자’처럼 보이시는가 보다. 경찰에 쫓기는 도망자처럼 그들은 부모님과 가족의 전화를 피하고, 웬만하면 마주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추격자’가 따로 없다.

오죽하면 ‘미운 우리 새끼’라고 말하지 않나. ‘범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어딘가 문제 있는 사람 특히 신체적인 결함(?) 내지는 성격적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떤 근거도, 증명 자료도 없다.

그럼 결혼 정말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한다!

너무 뻔한 답에 경기를 일으킬지 모르겠다. 여기서 잠깐! 내 얘기를 살짝 공개하겠다.
 
솔직히 결혼이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당시 남자 친구이자 현재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대학 4학년 때 만나 결혼하기까지 5년 정도 연애를 했다. 처음 만날 때부터 운명적인 끌림! 이런 게 지나치게(?) 많이 있었다. 이유는 공교롭게도(?) 생일이 같아서다. 태어난 연도만 다르고 월일이 같다. 두번째 만났을 때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혹시나 해서 음력이냐고 물어봤더니 당당하게 양력이라고 하는 거다.

그때 내 머리를 스치는 예감! ‘이 사람이랑 결혼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한 이들은 이런 운명적인 끌림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한다. 속된 말로 결혼할 사람은 보인다고들 한다. 그때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이가 없다. 생일이 뭐 대수라고?

인생 꼬이는 것 한순간이다!

아무튼 생일이 같다는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우리는 서로에게 쉽게 끌렸다. 생일이 같아서인지 취향도 비슷했고, 이야기도 잘 통했다.(지금은 그 많던 비슷한 점은 다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당시에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점들을 남자 친구가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지금은 그것 때문에 허벅지를 찌르고 있다.)

대학 때 만난 커플은 한쪽이 취업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서로 멀어지게 되는 일이 잦다. 

우리는 졸업과 취업을 같은 시기에 했다. 그래서 더욱 오래 만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겪게 되는 비애와 슬픔, 억압, 설움 기타 등등의 한풀이, 동병상련의 애잔함, 이런 것들이 점철되어 서로에 대한 연민이 팍팍 쌓였던 것 같다. 한마디로 의리가 생긴 거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게 바로 그 흔한 ‘운명’이 아닌가 싶다. 졸업을 하고, 취업한 지 1년이 지났을 때 한차례 결혼 이야기가 나왔지만 당시 너무 어린 나이였고, 그때만 해도 여자들은 결혼을 하면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사례가 많아 난 결사반대했다. 다행히 남자 친구가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해줬고. 미루고 미루다가 사귄 지 4년 정도 지난 시점에 다시 본격적으로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오래 사귀어서 부모님들께 인사를 한 뒤였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상견례와 결혼 날짜 잡기, 집 구하기 등 모든 것이 논스톱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16년째 그때 그 남자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결혼해서 살면서 ‘연애할 때와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라고 뼈에 사무치게 많이 느꼈다. 신랑 역시 마찬가지일 듯싶다.(더할 수도!) 사실 신혼 때는 신나고 즐거웠다. 맘껏 심야영화도 보고, 내키면 일출구경도 가고···

그런데 아기 낳고 나의 일상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당시 한창 바쁜 회사생활에 남편마저 매일 새벽이 되어야 들어왔다. 그런 과정에서 남편이 원망스러워 엄청 싸웠다. 

사실 얼마 전까지 아무 때나 여행가는 비혼 선·후배와 동료, 친구들이 너무나 부러웠다.(사실 여전히 부럽기는 하다.) 나도 ‘결혼’ 안 했으면, 아이만 없었으면 저렇게 살았을 텐데 라고 선망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만약 결혼을 안 했다면 지금처럼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해서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진짜 인생’을 알았고, 성숙해진 나를 느낄 수 있었고, 느끼고 있다. 더불어 내 안에 있었던 ‘자만’이라는 커다란 씨앗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결혼을 안 하면 성숙하지 못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오해 없으시길! 나란 사람을 예로 들어서 한 이야기다.

다시 본론으로 가보자. 

결혼할까? 혼자 살까? 정답은 스스로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인생의 어떤 선택이건 본인의 몫이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안 한다고 해서 내가 아닌 것도 아니다.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선택해야 하는 수많은 것 중에 하나일 수 있다.

한가지 팁을 보태자면 학교 다닐 때 현직 수필가셨던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인생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2박 3일 동안 깊게 고민해야 할 것이 딱 2개 있는데 하나는 이 사람과 결혼을 할까 말까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 집을 살까 말까다. 꼭 명심하기를”

많은 사람이 결혼에 대해서 고민한다. 만약 함께 평생 살아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밤 이불 푹 뒤집어쓰시고, 모든 연락을 끊으시고 깊게 고민해보시길 바란다.

생의 어떤 순간에도 쉬운 선택은 없다. 단지 그 선택이 최선이고, 행복하고 즐거운 길임을 기원할 뿐이다.

글=이윤영 방송작가  instagram.com/bookwriter7,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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