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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지원사업… 꿈 '만' 꾸는 환경학교

입력 : 2018-03-08 18:22:01 수정 : 2018-03-08 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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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서 환경 과목 채택률…2007년 20.6%→2016년 8.9% / 선택한 학교에 최대 1억 지원 / 2017년 11억 중 9억 시설비 투자 / 교육현장 “학생·학부모가 외면" / "독립교과보단 통합교육 필요”
“글쎄요… 교사도 새로 뽑아야 하고 입시 문제도 걸려있는데 인테리어 비용 1억원 준다고 ‘환경’을 선택과목으로 고를 학교가 얼마나 될까요?”

서울 강남구 A고등학교 교장의 말이다. 그는 환경부의 ‘꿈꾸는 환경학교’ 지원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인 대책은 아닌 것 같다”고 평했다.

8일 환경부에 따르면 꿈꾸는 환경학교는 환경 과목을 선택했거나 환경교사를 채용하는 학교를 골라 1000만∼1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학교 현장에서 맥을 못 추는 환경교육을 되살릴 목적으로 시작됐다. 중·고교 환경 과목 채택률은 2007년 20.6%(1077개교)에서 2010년 16.7%(889개교), 2013년 9.8%(573개교), 2016년 8.9%(496개교)까지 떨어진 상태다. 환경부는 지난해 처음 9개교를 선정한 데 이어 올해도 7개교에 예산을 지원한다.

하지만 사업이 환경교육 내실화보다는 교실 리모델링 같은 시설 투자에 더 무게가 쏠려있어 본래 취지와 거리가 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예산지원 내역을 보면 총 11억원 가운데 시설비로 9억원(82%)이 투입됐고,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컨설팅에는 각각 1억원이 쓰였다. 예산 대부분이 유휴 교실을 환경교실로 개조하거나 테마공간을 조성하는 인테리어 공사에 쓰인 것이다.

A고 교장은 “환경교실이 문제가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의 (환경교육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게 원인”이라고 전했다. 인천 지역 B고 교장도 “시설이 노후한 학교라면 유인책이 될 수 있고, 사업 의도도 좋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시설 개선에 예산이 과다하게 사용되면 사업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학교 환경 과목 교과서. 한국환경교사모임 제공

환경 과목은 1992년 제6차 교육과정 개편 때 독립과목으로 등장했다. 이듬해 환경부(당시 환경처)에 환경교육과가 별도로 설치되는 등 환경교육이 탄력을 받는 듯했지만, 1999년 과가 해체되며 위축되기 시작했다. 2008년 이후 최근까지 치러진 임용시험에서는 아예 환경교사를 한명도 뽑지 않았다.

지난 1월 환경부는 과에 준하는 환경교육팀을 신설해 환경교육 확대에 나섰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환경교육)는 “실제 교육과정을 주관하는 교육부에서 환경은 매우 작은 분야고, 환경부는 학교 교육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없으니 결국 시설투자로 유인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 형태의 환경학교 사업은) 장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독립 교과로 가르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환경 프로그램 이수나 통합교육 같은 방법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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