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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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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08 23:13:18 수정 : 2018-03-08 23: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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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분위기 어수선 / 진정한 ‘자치’에 관심 쏟아야 ./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학교’ / 정치 참여 에너지 분출할 공간 6·13 지방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광역·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교육감 등 ‘지방권력’을 동시에 선출하는 선거다.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선거 6개월 전인 법정시한을 훌쩍 넘겨 엊그제 국회를 통과해 아직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정당들은 후보 공천 원칙이나 경선 룰조차 정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예비후보 등록은 줄을 잇는다. 입후보 제한직 사퇴시한인 15일을 앞두고 장고를 거듭하는 공직자들도 많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전국 단위선거인 이번 지방선거를 향후 정국의 풍향계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거물 정치인이 출마하는 광역단체장 선거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처럼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미칠 영향만 따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주요 정당 공천이 당선을 사실상 결정짓는 기초의원 선거도 심각한 문제다. 나눠먹기 구조를 굳혀 지방자치의 본질을 왜곡시킨다.

19세기 프랑스 정치사상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에 이런 말을 남겼다. “타운집회에서는 자유가 주민들의 손이 닿는 범위에 들어 있게 되며, 그런 집회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누리는가를 가르쳐 준다. 한 민족은 자유로운 정부를 세울 수도 있겠지만, 자치제도가 없이는 자유정신을 가질 수 없다.” 일상의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다. 왜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이자 ‘민주주의의 학교’인지 알 수 있다. “작은 일에 자유를 누리도록 훈련받지 못한 사람들이 큰 일에서 어찌 절제 있게 자유를 구사할 줄 알겠는가”라는 그의 말은 울림이 크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이 피상적이다. 정치학자 강원택은 ‘한국 지방자치의 현실과 개혁 과제’에서 “현재의 지방자치는 과거와 같은 중앙 중심적, 행정 통제적 속성을 그대로 둔 채, 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도록 하고 지방의회를 구성하게 한 정도의 변화만을 준 것이기 때문에 주민 참여에 의한 진정한 의미의 ‘자치’를 이뤄내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를 돌아보자. 해방 후 1948년 제헌헌법에 지방자치 관련 규정이 들어간 데 이어 1952년 첫 지방선거가 실시됐고 1960년 광역단체장 선거로 확대됐다. 하지만 1961년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지방자치제가 사실상 폐지됐다. 낭비와 비효율의 상징으로 여긴 탓이다. 1987년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지방자치에 대한 요구가 분출하자 1991년 3월 기초의원 선거, 6월 광역의원 선거가 30년 만에 실시됐다. 이어 1995년 광역·기초단체장을 포함하는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지역 주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치는 여전히 중앙정치에 종속돼 자율성이 없을 뿐 아니라 구조는 폐쇄적이고 제도는 획일적이다. 이러니 주민들에게 외면당한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우리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몰고 온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민주주의의 기반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깨달았다.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려면 먼저 가까운 곳의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자치단체나 의회야말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치 영역이다. 선거에 적극 참여해 지역사회에 공헌할 유능한 인재를 골라내야 한다. 그래야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을 확고히 다질 수 있다. 강원택은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를 다스리는’ 행위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한 과감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자치공동체 등 주민 자치를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지방자치제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보루다. 지방자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민주주의가 자리 잡히길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나무로 올라갈 게 아니라 바다로 가야 하듯이 민주주의를 하려면 지방자치부터 여물게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정치 참여의 에너지를 분출하기에 적절한 공간이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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