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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애꿎은 사람까지…성추문 학과 학생 싸잡아 비난 '속앓이'

‘미투 2차피해’ 우려가 현실로/“왜 허락도 없이 진정서 공개하나”/ 학생, 과열된 취재 열기에 몸서리/ 외모품평에 폭로 진의 의심하기도/ 2차 피해로 미투 운동 위축 우려/ 경찰, 이윤택 등 5명은 정식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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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07 19:24:50      수정 : 2018-03-07 23:25:40
문화예술계를 넘어 학계와 정치권 등에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쏟아지면서 폭로자는 물론 엉뚱한 사람을 향한 ‘2차 가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2차 피해 때문에 성범죄 폭로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차 피해 견디기 힘들어…”

7일 대학가에 따르면 남자 교수 전원이 성추문에 휘말린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학생들은 폭로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한 재학생은 이 대학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익명 커뮤니티에 “학교에서 ‘연영과 애들은 다 성폭행을 당했네’라며 웃던 남성분들을 봤다” “저희는 가해자가 아니다, 저희가 가장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과열된 취재 열기도 부담을 주고 있다. 한 재학생은 “학생들 연락처를 알아내 계속 전화하고 학교 곳곳에 깔린 카메라와 기자들이 2차 가해자”라며 “진정서는 학교에 내려고 쓴 건데 허락도 없이 왜 온 세상에 공개하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한 대학 게시판에 성추행을 폭로한 졸업생 역시 관련 취재 요청이 이어지자 ‘2차 피해 때문에 너무 괴롭다’는 뜻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

허민숙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소 연구교수는 “미투 물결 속에서 기존 성폭행 피해자가 당하던 2차 피해 구조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며 “또 사건 본질과 무관하게 폭로자 외모를 놓고 품평한다든지, 과거 행실을 거론하면서 우리 사회가 피해자 입을 막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폭로 진의를 의심하고 배경을 막연히 추측하는 행위도 피해자를 괴롭히긴 마찬가지다. 과거 성추행 행위가 폭로된 정봉주 전 의원 관련 기사에는 ‘피해자가 왜 지금에 와서야 폭로하느냐’, ‘여권을 향한 기획성 폭로’ 등 음모론을 제기하는 댓글이 붙었다.

◆“나 아닌데…” 전전긍긍하기도

이런 논란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까지 미투 폭로로 배우 조민기씨와 연극연출가 이윤택씨 등 5명에 대해선 정식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른 35명은 경찰 내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미투 운동은 여성들이 삶의 터전에서 일상적으로 받아온 성폭력이 한꺼번에 분출된 사건”이라며 “피해 경중이나 폭로 배경 의심 등으로 미투 운동이 던지는 메시지가 훼손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투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면서 ‘유탄’을 맞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폭로 당시 가해자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경우 애꿎은 사람이 가해자로 몰리기도 한다. 지난달 교수 성추문이 이니셜로 폭로된 서울 한 사립대에선 해당 학과 교수들이 “내가 아니다”며 부인하느라 진땀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 가해자들의 부정적 이미지가 조직 전체에 대한 매도로 이어져 무관한 사람까지 속앓이를 한다. 대학생 김모(26)씨는 “지난달 대학도 아닌 대학원에서 교수 성추문이 터졌는데 온라인에는 ‘○○대 교수 성폭행’, ‘○○대 성추행 학과’ 등 학교 전체가 싸잡혀 비난을 받더라”고 하소연했다.

한 사립대 교수도 “추문이 잇따르면서 교수사회 전체가 성범죄자가 득실거리는 것처럼 몰려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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