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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노선영 선수, ‘라이브’ 기자회견 아닌 ‘녹화된‘ 시사예능 선택이 최선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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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07 06:00:00 수정 : 2018-03-07 11: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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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에서 노선영이 경기를 마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에서 ‘왕따 가해자’로 낙인 찍혔던 한 선수는 모진 비난 여론을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라이브 기자회견에 섰다. 그 자리에서 흘린 눈물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거짓 눈물 다 티난다’, ‘즙 짜느라 고생하네’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식음을 전폐하는 등의 지친 심신을 이끌고 출전한 자신의 주종목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이후에도 고개 한 번 들지 못하고 큰절까지 하면서 사죄의 뜻을 전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은메달리스트 김보름(25) 얘기다.
반면 ‘왕따 피해자’로 국민들의 동정심을 한 몸에 받았던 노선영(29)이 자신의 의견을 라이브 기자회견이 아닌 방송 프로그램을 선택한 행보는 다소 의외라고 할만하다.

노선영은 지난달 19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김보름-박지우보다 3초 가까이 뒤진 채로 결승선을 끊었다. 팀추월은 마지막 선수의 기록이 인정되는 종목이기에 이를 두고 국민들은 ‘왕따 주행’으로 부르며 김보름과 박지우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이미 빙상연맹의 행정착오로 평창행이 좌절될 뻔 했던 노선영인지라 그 동정 여론은 훨씬 커졌다.

노선영은 이튿날 빙상연맹이 이를 해명하기 위해 연 기자회견에 감기 몸살을 이유로 불참했다. 그것도 기자회견을 불과 15분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아울러 이미 그날 오후 국민들로부터 ‘왕따 가해자’ 중 1명으로 낙인찍힌 박지우와 나란히 외출한 사진이 찍혔음에도 불구하고 감기 몸살을 이유로 댔다. 그러고선 그날 밤 특정 언론사와의 전화 인터뷰로 백철기 감독의 그날 오후 기자회견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고, 백 감독의 재반박을 또다시 전화 인터뷰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 과정에서 노선영의 인터뷰 내용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노선영의 이후 행보는 더욱 갈지자를 그리고 있다. 21일 열린 여자 팀추월 7·8위 결정전이 끝난 뒤 그의 한 마디를 듣기 위해 모인 수십여 명의 취재진을 무시한 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을 그냥 지나쳤다. 한 기자가 “왜 특정 언론사와만 인터뷰 하느냐”고 따져 물어도 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던 중 23일 매스스타트 훈련을 마친 뒤 믹스드존 인터뷰를 통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노선영은 “올림픽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싶어 올림픽이 끝나면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다.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기다려달라고,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다고 공언했던 그 수단이 라이브 기자회견이 아닌 유명 시사예능 방송 프로그램(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일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혹자는 라이브 기자회견과 방송 프로그램이 뭐가 다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왕따 피해자’로 프레이밍된 노선영이 국민들이 제기한 ‘왕따 논란’에 진실 여부와 그 논란을 겪으며 느꼈던 솔직한 심경을 들을 수 있으면 그뿐 아니냐고 말이다.

그러나 라이브 기자회견과 방송 프로그램, 둘은 분명 다르다. 라이브 기자회견은 수많은 취재진들이 즉석에서 질문을 한다. 물론 대답하는 입장의 노선영은 대강의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할 수 있겠지만, 짜놓은 각본은 전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노선영으로선 피하고 싶은, 예상치 못한 질문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왕따 논란’에 대한 진실을 좀 더 알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방송 프로그램은 다르다. 녹화로 진행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편집이 가능하며 방송사가 시청률이나 파급력을 위해 ‘악마의 편집’도 할 수 있다. 아울러 미리 질문지가 대본 등의 형태로 준비되어 사전 조율된다. 노선영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은 있을 수가 없다. 노선영으로선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할 수 있다. 이는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배치되는 선택이다. 자칫 노선영의 순수성에 의구심을 갖게 만들 만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노선영은 한 매체의 연락에 “지금은 별로 할 얘기가 없다”고 해놓고, 그날 당일인 5일 오후 방송 프로그램을 녹화했다. 방송 프로그램 녹화라는 게 당일 스케줄이 잡힐리 만무하기에 해당 매체를 기만했다고도 볼 수 있는 처사다. 노선영의 녹화 사실은 해당 프로그램의 공식 트위터에 5일 오후 “오늘자 녹화 현장 실시간”이라는 글과 그 방송의 MC인 김어준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단독’, ‘노선수똑똑함에’,‘제작진입덕완료’ 등의 해시태그도 붙었다.
노선영이 5일 녹화해 8일 방송 예정인 프로그램은 노선영이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 불참한 뒤 그날 밤 단독으로 전화인터뷰를 했던 방송사에서 방영한다. 모든 언론사를 상대하는 라이브 기자회견이나 믹스드존 인터뷰는 피하고, 자신이 공언한 인터뷰 약속도 어기고, 한 매체를 기만하는 듯한 인터뷰를 남기면서까지 특정 방송사의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마치 노선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게 만들 정도로 기묘한 행보다. 아니면 ‘시청률’을 원하는 방송사와 ‘파급력’을 원하는 노선영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수도 있다.

국가대표 동료이자 동문 후배가 국민적인 ‘마녀사냥’을 당하고, 국가대표 박탈에 대한 청와대 청원이 60만을 넘어서는 상황에서도 입을 열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방관했던 노선영. 그가 과연 시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할 말은 무엇일까.

어떤 내용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일부에서는 노선영이 ‘녹화된’ 방송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 두고 ‘그 내용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기왕 특정 언론사와의 연결이 있었고, 그 언론사와만 인터뷰를 할 생각이었다면, 녹화 방송이 아닌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뉴스의 인터뷰가 더욱 영리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뉴스 인터뷰도 사전에 조율될 수 있겠지만.) 그가 선택한 ‘입’이 녹화된 방송 프로그램이란 사실 자체만으로도 지금처럼 순수성이 의심받으니 말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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