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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레시피 따라 탁탁·지글지글… 어느새 고급 레스토랑 요리가 ‘뚝딱’

입력 : 2018-03-06 21:23:13 수정 : 2018-03-06 21: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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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가볼 만한 쿠킹클래스 넷 지난달 28일 오후 7시 독일 육류 요리 쿠킹클래스가 열린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현대카드 쿠킹라이브러리 4층 키친. 난생 처음 앞치마를 두르고 칼을 든 채 양파와 피클을 어떻게 썰어야 할지 난감해하는 기자에게 유병관 셰프(어반나이프 마이스터)가 다가왔다. 실습 전 유 셰프의 요리 시연을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봤지만 막상 도마 앞에 서자 재료 다루는 것조차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느껴지며 진땀이 난다.

“걱정하지 마세요. 자 피클을 이렇게 끝부분 1cm 정도 남겨놓고 칼집을 길게 한번, 옆으로 돌려 또 길게 한번 십자 모양으로 낸 뒤 송송 채 썰듯 썰어주면 돼요. 어때요 너무 간단하죠?”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에서 유병관 셰프(오른쪽)가 독일 육류 요리 조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최현태 선임기자
셰프의 설명대로 따라하니 정말 마법처럼 재료가 예쁘게 손질된다. 신기하다. 이날 실습 요리는 린더 롤라덴. 와인 소스와 채소를 넣은 독일식 쇠고기 롤이다. 만두 피처럼 얇게 자른 쇠고기 위에 겨자소스를 바르고 베이컨을 얹어 양파와 피클 등을 송송 뿌린 뒤 야무지게 돌돌 말아 이쑤시개로 고정하자, “저보다 더 잘 말았는데요”라는 셰프의 칭찬이 이어진다. 냄비에 오일을 두르고 롤을 앞뒤로 노릇노릇 익히자 향긋한 냄새가 강렬하게 식욕을 자극한다. 셰프의 설명을 들으며 레시피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내 앞에 유명 셰프가 만든 것 같은 비주얼의 독일 전통 요리가 맛깔스럽게 차려졌다.

지난 3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동교로 아이러브한식에서 열린 스페니시 푸드 쿠킹클래스. 토요일인데도 스페인 대표 요리 감바스를 배우려는 이들이 속속 모이더니 어느새 정원 10명이 다 채워졌다. 수강생 중에는 이곳 대표인 셰프 제이디의 쉬운 요리법에 매료돼 강의가 열릴 때마다 찾는 단골이 많다. 

셰프 제이디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감바스 요리 시연을 하고 있다.
최현태 선임기자
셰프는 아예 이곳에서 데이트를 즐기려는 커플들도 많다고 귀띔한다. 실제 이날도 커플들이 클래스를 찾았다. 전날 인터넷을 뒤져 강의를 예약했다는 이들은 요리를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왕초보자다. 칼질을 왜 이렇게 못하느냐는 남친의 타박이 이어지며 티격태격하지만 둘은 마치 신혼부부처럼 알콩달콩 실습에 빠져든다.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과 홍고추를 넣고 볶으니 그들처럼 고소한 냄새가 키친을 가득 채운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현대카드 쿠킹라이브러리는 이제 서울의 명소다. 한달에 네 번 열리는 클래스는 이미 3월 일정이 모두 마감됐다. 특히 유명 셰프의 강의는 안내가 나가자 마자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다. 비용은 10만∼15만원으로 적지 않지만, 일대일 실습과 최고의 쿠킹 시설을 갖춰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2월의 대만 중화요리와 일본식 정찬 등에 이어 3월에는 홈메이드 이탈리안 요리(박병섭 오스테리아 랑게 총괄 셰프), 일본 요리와 사케의 마리아주(여태오 사케 마스터), 일본 쇼카도 벤또(문승주 소우게츠 오너 셰프), 홍콩 미식 여행(정지선 중화복춘 골드 총괄 셰프) 등 전세계의 다양한 요리 클래스가 진행된다. 4월에는 미슐랭 레스토랑 셰프들의 클래스가 마련되어 있다.

독일 육류 요리 린더 롤라덴 식재료들.
이곳의 인기 높은 프로그램으로, 국내 첫 도입된 ‘셀프 쿠킹’을 빼놓을 수 없다. 2만원짜리 식재료 키트를 구입해 쿠킹라이브러리 키친에서 레시피에 따라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 파스타, 라자냐를 기본으로 슈림프 타코, 미트로프 파이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특히 커플들에게 인기가 높다. 쿠킹라이브러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쿠킹북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즈(Jame Beard Awards) 수상작 등 쿠킹북 1만여권을 갖춰 요리업계 관계자는 물론, 주부 등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다. 쿠킹라이브러리는 현대카드 회원들만 동반 1인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셰프 제이디의 아이러브한식은 원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음식 클래스를 진행하던 곳이다. 지금은 내국인에도 개방돼 매주 화요일 저녁 외국인들과 함께 영어 회화도 배우며 요리를 통해 네트워킹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세프 제이디는 3년 동안 해외를 돌며 현지 셰프들에게 한식 조리법을 알려주고 그 대가로 직접 전수받은 유럽 요리들을 커리큘럼 삼아 지난해 7월부터 클래스를 열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덴마크, 스웨덴, 폴란드, 그리스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 요리를 총망라하며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 일부 요리 수업도 진행하는데 혼자서 유럽지역 전체 요리를 선보이는 셰프는 흔치 않다. 더구나 5만원의 실습비는 가성비가 뛰어나고, 3월부터는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베이킹 클래스도 연다. 

수강생들이 만든 감바스 요리.
이날 클래스를 찾은 차희령(30·사업)씨는 “셰프 제이디의 수업은 레시피가 매우 간단하고 따로 재료를 구입할 필요 없이 집에 있는 몇가지 재료로도 10∼15분 만에 럭셔리한 요리를 만들 수 있어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천안에서 온 이기현(25)씨는 “다양한 유럽 요리를 배울 수 있고 가성비도 좋아 만족도가 높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특히 그날 실습하며 만든 요리와 잘 어울리는 와인까지 곁들이기 때문에 음식과 와인의 마리아주까지 덤으로 배우는 장점이 따른다.

서울 한남동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 통합 플랫폼 포잉(Poing)이 운영하는 쿠킹클래스는 ‘미식’으로 요즘 잘나간다. 국내 최정상 셰프들이 매달 특정 테마를 정해 클래스를 진행하는데, 최지훈(스시선수), 이재훈(뚜또베네·팔레드고몽), 여경래(홍보각), 장명식(라미띠에), Dosa by 백승욱, 진진의 셰프 등 내로라하는 정상급 셰프들이 참여한다.

올해 첫 쿠킹클래스는 국내 제철 식재료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해내는데 이름 난 류니끄의 류태환 셰프가 ‘재료백과’라는 테마로 진행했다. 초·중·고급 과정과 원데이 클래스, 심도 있는 정규 클래스, 갈라 디너, 쿠킹쇼, 맞춤형 프라이빗 클래스 등이 마련돼 있고 수강료는 10만∼15만원선이다. 이달에는 화이트데이 특집으로 커플들을 위해 진행하는 ‘Eat, Cook, Love’가 마련된다. 케이크(13, 14일), 파스타(15일) 수업이 열리며 특히 29일에는 2015년 세계 소믈리에 대회 선발전 1위에 오른 ‘국가대표’ 오형우 소믈리에가 이끄는 와인 테이스팅 클래스가 열린다. 여기서는 와인 시음방법, 라벨 읽는 법, 와인과 음식의 매칭방법 등을 배울 수 있어 와인 초보자들에게 적합하다. 시음 와인은 샴페인, 프랑스 부르고뉴 샤르도네, 피노 누아, 늦수확으로 만든 스위트 와인이다. 수강 신청은 포잉 쿠킹클래스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서울 중구 동호로 CJ제일제당빌딩 1층의 쿠킹 스튜디오 ‘CJ THE KITCHEN’은 서울 강북지역 쿠킹클래스의 터줏대감이다. 2011년 문을 연 뒤 지난달까지 7년 동안 3만4000여명이 이곳을 거쳤다. 주로 자사 제품을 활용한 레시피를 소개하는데 올해는 싱글족, 혼밥족, 가족, 어린이, 외국인 관광객, 무슬림 등을 대상으로 하는 클래스가 오전과 오후 두차례 열린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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