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랑이 죄악이라는 것은/ 시를 쓴다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고 꾸짖는 것이나 같은 일// 오랜 시간을 두고 찾아오는 이 귀중한 순간의/ 한복판에 서서/ 천천히 계속하던 일손을 멈추고 너를 생각하니/ 오-나의 몸은/ 가난한 나라의 빈 사무실/ 한복판에 앉아 있는 것/ 같지가 않다// 늬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랑의 궁극에 대하여 차라리/ 늬가 냉담하기를 원하는 것은/ 우리의 사랑이 잊어버리기 위한 사랑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수영 |
2권 산문 전집에는 22편의 산문과 일기 21편, 편지 1편 등 새로 발굴된 작품들이 추가됐다. 특히 김수영이 6·25전쟁 중 의용군으로 끌려갔다가 탈출해 거제 포로수용소에 갇힌 전후 사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산문들은 공백으로 남아 있던 시절을 보충하는 것이어서 시인의 의식세계를 탐사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는 평가다.
‘해군’ 1953년 6월호에 기고한 ‘시인이 겪은 포로생활’에서 김수영은 “세계의 그 어느 사람보다도 비참한 사람이 되리라는 나의 욕망과 철학이 나에게 있었다면 그것을 만족시켜 준 것이 이 포로생활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포로가 되었길래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던들 지금쯤은 이북 땅 어느 논두렁에서 구르고 있는 허다한 시체 속에 끼어 고향을 등지고 이름도 없이 구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비참한 안도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영준 교수는 이 산문에서 김수영이 포로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성서를 읽었다는 대목을 적시하면서 대표 시로 알려진 ‘풀’은 초월적 세계를 그린 종교적 측면에서 볼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시화집 ‘이삭을 주울 때’에 나온 고은의 시와 노트를 지독하게 재미있게 읽었다. 그중에선 내가 보기엔 고은, 김영태, 이수복, 이제하가 좋더라. 그중에서도 고은을 제일 사랑한다. 부디 공부 좀 해라. 공부를 지독하게 하고 나서 지금의 발랄한 생리와 반짝거리는 이미지와 축복받은 독기가 죽지 않을 때, 고은은 한국의 장 주네가 될 수 있다. 철학을 통해서 현대 공부를 철저히 하고 대성하라. 부탁한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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