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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이제 평양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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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01 20:10:44 수정 : 2018-03-01 21: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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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세라는 합성어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결합이다. 이 표현이 주는 어색함은 평화공세를 펼치는 쪽의 의도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한다. 평창동계올림픽(2월 9∼25일) 전후 기간 이뤄진 북한 조선노동당 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평화공세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김 위원장의 임신 중인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방남(訪南)은 평화공세의 정점이었다. 미국에 종속된 괴뢰(꼭두각시)정부라며 무시하기 일쑤였던 남한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온 이유가 동족의 올림픽 개최를 순수하게 축하해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북한의 평화공세 앞에 흔히 따라붙는 표현은 ‘위장’이라는 단어다. 핵·미사일 도발 탓이다. 많은 사람이 북한이 평화를 말하면 가짜 평화와 진짜 평화를 구분하고 경계심을 풀지 않는다. 북핵·미사일이 존재하는 한 남한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은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핵은 그대로 놔둔 채 민족 공조·우리민족끼리를 외쳐대봤자 효과가 없다. 
김민서 외교안보부 차장

미국은 애초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도 없었고 바라는 일도 아니었다. 미국의 최우선 대북 정책목표는 북핵 폐기이고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남북대화나 관계 개선은 미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압박 국면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마뜩잖아하는 미국에 구차하게 양해를 구해가며 연례 방어 훈련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고 육·해·공 대북제재를 허문 것은 우리였다.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 신뢰에 금이 갔다. 그러니 북·미중재 외교는 어불성설이다.

문재인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북한의 평화공세를 받아줬다. 남북관계 개선을 지렛대 삼아 북핵 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정착을 이루겠다는 큰 그림을 위해서였다. 천안함 폭침을 비롯한 여러 대남 도발을 일으킨 정찰총국장 출신인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당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은 우리 정부에게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컸다. 이제 평양이 우리 정부의 성의와 환대에 호응할 차례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대북 군사적 위협 및 대북제재·압박을 완화하는 방패막이로 삼을 수 있는 기간은 곧 만료된다. 3월 18일이면 북한의 평화공세를 받아줬던 올림픽의 마지막 행사인 패럴림픽까지 마무리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으로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까지 6개월 정도밖에 안 남았다”고 했던 시기인 3월 말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담긴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은 대미(對美) 설득력을 상실하고 미국 내에서는 대화와 협상보다 테이블 위에 계속 올려놓고 있다는 군사적 옵션 쪽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북한의 핵 포기를 바라는 것은 “바닷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노동신문)이라고 했지만 바닷물이 마를 때까지 국제사회가 북핵을 그냥 놔두지는 않을 것 같다.

김민서 외교안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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