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한국은 다문화사회인가?

관련이슈 다문화 칼럼 함께하는 세상 , 오피니언 최신(구)

입력 : 2018-02-28 23:41:25 수정 : 2018-03-12 13:19: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가 막을 내렸다. 이 대회에는 92개국에서 약 300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수많은 나라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이 경기 관람은 물론 한국 문화를 즐겼다. 과거 한국인들은 외국인을 보고 마냥 신기해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거리에서나 미디어에서나 한국인과 외국인은 같이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체류 외국인 통계로 이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2017년 말 국내 체류 외국인은 218만명이다. 출신국은 197개에 달한다. 유엔 회원국 중에서는 리히텐슈타인, 모나코,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의 4개국을 제외한 189개국 사람이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유엔 비회원 참관국인 바티칸과 팔레스타인 사람도 있다. 또한 대만, 홍콩, 마카오, 코소보, 스발바르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 한국인과 더불어 생활하고 있다. 놀랍게도 전 세계 사람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에서는 세계 각국의 종족집단을 다루면서 한국은 ‘동질적’ 사회라고 기술하고 있다. 외국인 체류자가 200만명을 초과하지만 그들이 주류사회와 구분되는 소수민족집단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외국인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외국인 밀집거주지역이 생겨났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 2016’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이 1만명 이상이나 인구 대비 5%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 밀집거주지역은 안산시와 시흥시, 서울 영등포구와 구로구 등 65개 시·군·구에 달한다. 이 지역에서 외국인은 출신국별로 모여 살면서 동료·친구·가족과 자국어로 의사소통하고, 자국 음식을 먹으며 자국인과 여가생활을 같이한다. 이렇게 생활하며 시간이 흐르면서 출신국별 외국인 마을이 만들어지고 있다.

밀집거주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사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한국문화에 쉽사리 동화되는 것도 아니다. 국내 외국인은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해 본국이나 한국의 다른 지역에 사는 동료·친구·가족과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오랫동안 본국 사회와 격리돼 살았을지라도 외국인은 본국의 문화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과거에는 타국에서 생활하는 이민자들은 본국 사람과 맺었던 네트워크가 단절되고 본국 문화를 향수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그 장애물이 완벽하게 제거됐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국적 동포도 여느 외국인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
이러한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와 동화될 가능성은 낮아졌고, 소수민족집단을 형성할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외국인은 물리적으로 한국인과 섞여 생활하는 게 분명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자국인과 집중적으로 교류하며 생활하고 있다. 자국 문화를 간직한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회집단을 이루게 되면서 주류 한국 문화와는 구분되는 생활양식이 점점 증가했다. 그것은 한국이 다문화사회가 됐음을 의미한다.

다문화사회는 주류사회와 구분되는 소수민족집단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확산을 수반한다.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갈등 상황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점에서 다문화사회는 그 구성원에게 위기이면서 도전이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