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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어린이 개회식 합창 감동
한국 선수단에 적지 않은 귀화인
우리는 새 시대로 빠르게 이행 중
민족·다문화 묶는 새 정체성 필요
평창동계올림픽은 여러 장면에서 큰 울림을 줬다. 여자 아이스하키팀 남북 단일팀 코리아(Corea)도 그중 하나다. 우여곡절 끝에 단일팀이 구성돼 잡음도 많았다. 북측 선수 무임승차론, 남측 선수 역차별론에 청와대에 반대 청원이 빗발쳤다. 어색한 첫 만남이었지만 호흡을 맞추고 마음의 빗장이 풀리면서 결국 한 팀이 됐다. 경기 과정을 통해 반대 목소리는 잦아들고 거꾸로 박수 소리가 커졌다. 26일 재회를 기약할 수 없는 단일팀의 이별은 아쉬움의 눈물바다였다고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단일팀의 사례에서처럼 남북관계의 현주소와 우리 공동체의 앞날과 관련해 여러 숙제를 남겼다. 

김청중 외교안보부장
첫째, 민족과 다문화의 조화다. 단일팀도 감동이었지만 개회식에서 22개국 다문화 출신 어린이로 구성된 레인보합창단이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도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레인보합창단은 글로벌 시대에 진입한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전 세계에 각인했다. 대한민국 선수단도 적지 않은 귀화 선수로 구성됐다. 우리는 다양한 민족, 인종, 종교로 이뤄진 새로운 시대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불교, 기독교, 천주교 신자만 조사하고 이슬람교 신자는 묻지 않는 게 이상하다”(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는 말이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하나다’는 민족주의적 구호가 언제까지 새로운 세대에게 먹혀들 수 있을까. 남북통일의 근거인 단일민족론과 민족적 동질감은 약화하고 있다. 민족주의 구호는 어색하고 민족의 지나친 강조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인 다문화 가정에는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은 한족(漢族)과 언어, 인종, 역사가 서로 다른 55개 소수민족을 하나로 묶어 중화(中華)민족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장래에 민족과 다문화를 아울러 우리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할 수 있다.

둘째는 이중적인 남북관계의 균형이다. 남북관계는 현실적으로 민족관계와 국가관계라는 두 축의 수레바퀴가 이끌고 있다. 1991년 12월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는 나라와 나라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의 잠정적 특수관계”라고 규정했다. 굳이 남북의 왕래를 입국(入國)·출국(出國)이 아닌 입경(入境)·출경(出境)으로 쓰거나, 남북 양국(兩國)·북미 양국이 아닌 남북 양측·북미 양측으로 표현하는 이유다. 방한(訪韓)이라는 표현을 쓴 자유한국당의 ‘김영철방한저지투쟁위원회’는 시비를 걸자면 비(非)민족적 사고이자 위헌적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 이런 특수관계 규정에도 남북은 현실적으로 국가로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우리는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를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로 바꿨다. 2015년 북한의 표준시 선포도 사실상 그동안 내세운 ‘하나의 조선(One Korea)’ 노선이 퇴색하는 상징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식의 우리민족끼리가 남북관계 전반에 적용될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에게는 미국이라는 동맹도 있다. 남북의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남북관계와 국가관계라는 이중적 상황을 인정하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셋째는 역시 남남(南南) 갈등의 극복이다.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논란을 통해 과연 평화통일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과거 갈등이 색깔론에서 비롯됐다면 이번에는 이익침해론에 근거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견 이해 가는 측면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선수 12명도 품에 안지 못하면서 그 200만배에 달하는 2300만 북한 주민을 어떻게 감싸 안으려 하느냐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중에는 조선노동당 당원만 300만명(추정)이다. 우리는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3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공식 채택했다. 화해·협력→남북연합 →통일국가의 세 단계를 거쳐 자유·복지·인간 존엄성이 보장되는 선진 민주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그 첫걸음이 바로 화해와 협력이다. 양보나 용서 없이 화해와 협력은 쉽지 않다. 유럽연합(EU)의 통합 성공에는 독일과 프랑스라는 양대 강국의 통 큰 양보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김청중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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