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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법꾸라지'의 몰락…국정농단 방조 책임 무겁다

입력 : 2018-02-26 05:00:00 수정 : 2018-02-25 11: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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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등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붙였던 별명은 '법꾸라지(법률+미꾸라지)'입니다. 그만큼 법망을 잘 빠져나간다는 뜻입니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드러난 우 전 수석의 행적을 보면 이 같은 별명에 공감이 갑니다.

우 전 수석은 2016년 7월 자신의 처가와 한 대기업의 의심스러운 부동산 거래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수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그 이후 아들의 운전병 특혜 의혹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일련의 의혹이 불거진 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최순실 의혹 특별수사본부'가 소환 조사를 거쳐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번번이 기각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검사 앞에서 팔짱 끼고 웃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돼 '황제 소환'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불구속 재판을 받던 우 전 수석이 구속된 것은 지난해 12월 검찰 국정원 수사팀이 청구한 3번째 영장에 의해서입니다. 혐의도 앞서 조사받은 것과 상관없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을 통해 민간인을 사찰하고 결과를 보고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우 전 수석은 구속된 지 2주 후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우 전 수석은 이번에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변호인을 통해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어차피 이번 재판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갈 공산이 큽니다. 우 전 수석 태도를 보고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진 불 보듯 뻔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축소·은폐하고,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지난 22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우 전 수석의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6년 7월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자신을 감찰하려고 하자 직무수행을 방해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안종범 전 수석과 최순실씨 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 직무를 유기한 혐의도 유죄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은폐 가담으로 국가 혼란이 더욱 악화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CJ E&M이 고발 대상 요건에 미달함에도 공정위 관계자들을 시켜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진술하게 직권을 남용한 혐의, 국회 국정감사에 정당한 이유없이 증인으로 나가지 않은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법꾸라지' 우병우, 1심서 2년6개월 징역형 선고

정치권은 우 전 수석이 2년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일부 당에선 형량에 대해 아쉬움부터 실망스러움까지 일정한 온도차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기문란에 대한 법원의 엄정한 판결로 존중한다"면서 우 전 수석을 향해 반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김현 대변인은 선고 당일 오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우 전 수석에 대한 1심 선고 형량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직위를 남용하여 법질서를 위반하고, 국기를 문란하게 한 불법행위를 엄정히 처벌한 판결로 평가한다"며 "민주당은 이번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다시는 적폐세력에 의한 국헌 문란 행위가 벌어지지 않도록 법과 제도 정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 전 수석은 지금이라도 재판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자신의 과오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과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사법부 판단 존중"…아쉬움 vs 실망스러움 온도차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정농단으로 인한 국가 혼란 악화에도, '법꾸라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법망을 빠져나가며 국민의 공분을 키워왔던 것을 감안하면 2년6개월이라는 형량은 국민감정엔 턱 없이 못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대변인은 "국민들에게 법은 강자에게 부드럽고 약자에게 엄격하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우려된다"면서도 "사법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존중하고 감정이나 정치논리로부터 철저히 독립된 판결이었을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예상되는 항소와 판결의 과정에도 철저히 객관적이고 엄중한 법 집행이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의당은 "검찰의 8년 구형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라면서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석 대변인은 "우 전 수석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중요한 한 축이다.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두 사람의 국정농단을 방조·은폐하고, 걸림돌들을 모두 제거하지 않았다면 진실은 진작에 드러났을 것"이라며 "최순실에게는 20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법원이 적극적인 동조자이자 공모자인 우 전 수석에게 8분의 1 수준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이 이같은 판결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우 전 수석에게 '법꾸라지'라는 칭호를 달아주는데 일조한 검찰의 미온적 행보가 크게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항소심에서 법원의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하겠지만 무엇보다 검찰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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